[시론] 뿌리산업 파견 허용, 파견법 취지 살리는 길

입력 2015-11-02 19:24  

"파견근로자 활용 절실한 뿌리산업
인력수요 큰 생산공정엔 파견금지
파견허용업무 관련 규제 철폐해야"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 연합회장 >



한화종합화학이 삼성종합화학을 인수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임금협상안 거부로 울산공장 직장폐쇄를 강행했다. 이곳 근로자들은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근로조건으로 노조원 연평균 소득이 9000만원에 이르고, 1억원을 넘는 직원도 44%나 된다고 한다.

한편에는 그냥 넘길 수 없는 노동계의 슬픈 현실이 있다. 잘못된 규제로 인해 일자리를 가지려 해도 가질 수 없는 현장이다. 바로 파견근로자 문제다. 근로자파견 제도는 1998년 파견법 제정 후 10년째인 2007년에 26개 파견허용 업무를 32개로 확대한 바 있으나 그것이 유일한 파견허용 확대 사례였다.

법의 존재 이유는 법을 만든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다. 파견법 제1조는 법의 목적을 ‘근로자파견사업의 적정한 운영을 기하고 파견근로자의 고용안정과 복지증진에 이바지하고 인력수급을 원활하게 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파견법은 같은 법 제1조의 앞 구절만을 충족하고 ‘인력수급 원활화’라는 뒷구절은 포기하고 있는 형편이다. 법의 존재 이유를 잃은 것이다.

해외사례와 비교해 보면 우리 제도의 경직성이 더 두드러진다. 한국은 32개 허용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서 파견이 금지돼 있고, 특히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은 파견이 금지되는 포지티브 방식인 반면, 종전부터 파견규제가 있었던 독일,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는 특정 업무를 제외하면 파견이 전면 허용되는 네거티브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경직적 제도 아래에서 한국의 파견근로자 수는 2013년 기준 전체 임금근로자의 1% 정도로 눈에 띄게 낮다.

세계 경기 침체 및 신흥국의 추격 등 제조업을 둘러싼 국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제조업 혁신 3.0’ 전략 등 제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런 지원책도 불합리한 규제를 풀어 기업의 체질개선을 돕는 작업과 병행할 때 그 효과가 배가된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도대체 누가 취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취업을 막으며, 기업들을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이게 하는 권력을 부여받았다는 말인가.

‘뿌리산업’은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그럼에도 뿌리산업의 제조업 생산공정 업무는 파견이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취업할 수 있는 내국인은 채용하지 못한 채 인력수요의 많은 부분을 외국인 인력에 의존하고 있다. 뿌리산업의 외국인 근로자 활용 비율은 2012년 6.6%에서 2014년 9%로 커졌다. 2006년 노동연구원 조사에서도 뿌리산업 관련 직접생산공정에서 가장 많은 파견 인력수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문 및 경기에 따라 생산물량 변화가 큰 뿌리산업 제조업체는 인력 규모를 상시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 파견, 용역, 도급에 의존할 수謗?없다. 그래서 기업들은 불법파견 논란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비정규직의 형태 중 용역, 도급은 파견보다 근로자 보호 장치가 미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견허용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면 뿌리산업에서는 신규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데 ‘3D산업’이란 인식 탓에 인력수급이 원활치 않게 된다면 해당 사업체의 운명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요아힘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지난 10월 방한 시 “사회적 파트너십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제는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임금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갑질’을 하는 노조집단의 적폐는 물론, 산업구조와 노동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현장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는 파견허용업무 관련 규제도 철폐돼야 한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의 파견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하는 이유다.

강호갑 < 한국중견기업 연합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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