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가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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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게이션 앱(응용프로그램) ‘김기사’를 서비스하는 록앤올의 박종환 대표는 3일 서울 역삼동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격앙된 목소리로 SK플래닛을 비판했다. 전날 SK플래닛이 록앤올을 상대로 전자지도 데이터베이스(DB) 무단 사용을 주장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하자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는 “지식재산권 침해 사실이 없다”며 “빠르게 성장하는 경쟁 서비스인 김기사를 흠집 내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양사의 마찰은 국내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대표하는 업체 간 충돌이라는 점에서 세간의 관심을 끈다. 갈등이 시작된 것은 지난 5월부터다. 록앤올이 카카오에 인수된 후 김기사 서비스가 콜택시 앱 카카오택시에 탑재되자 SK플래닛의 지도 서비스 T맵, T맵택시 등과 맞붙게 된 것이다.
박 대표는 “김기사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자 T맵 시장이 잠식되는 것을 우려한 SK플래닛이 DB 사용 계약을 연장하는 과정에서 계약을 끊겠다거나 계약금을 과도하게 인상하는 식으로 부 聆?요구를 해왔다”고 덧붙였다.
SK플래닛도 곧바로 반박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SK플래닛 측은 “벤처 지원 차원에서 2011년에는 전자지도 DB를 통상 가격의 10%, 2014년에도 50%의 가격으로 공급했다”며 “그간의 벤처 지원 노력을 폄하하고 지식권 보호 요청을 대기업의 횡포로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SK플래닛이 록앤올에 제기한 전자지도 DB 도용 여부는 일반인들이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주제다. 기술 내용들이 많아 사실 관계 파악도 쉽지 않다. 이해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한 만큼 법정에서 침해 여부를 가리는 게 타당하다. 하지만 저작권 다툼으로 시작된 양사 간의 갈등이 대기업·벤처 간 대결구도로 확산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이미 김기사는 카카오로 넘어간 만큼 벤처기업도 아니다.
앞으로 양사가 사활을 걸고 맞붙어야 할 사업 분야가 한두 곳이 아니다.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양사가 지나친 감정 싸움에서 벗어나 서비스 경쟁으로 돌아가야 하는 이유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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