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가 '롯데행' 지지…삼성정밀화학은 달랐다

입력 2015-11-03 18:20  

노사 비상대책위원회 성명
"신동빈 회장 리더십 신뢰…고용·처우는 보장해달라"

노사 창조적 파트너십 결실
삼성정밀 성인희 사장, 노조와 치열한 토론·설득작업
사내 인트라넷 통해 매각 관련내용 모두 공유



[ 송종현 기자 ] 삼성그룹이 롯데케미칼에 매각하기로 한 삼성정밀화학 노사가 “글로벌 초일류 기업 도약을 위해 롯데케미칼의 지분 인수를 적극 지지하고 환영한다”고 3일 발표했다. 기업 인수합병(M&A)이 마무리됐거나 절차가 진행 중인 기업의 상당수 노동조합이 위로금 지급이나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딴죽을 걸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삼성정밀화학 노사의 행보는 이례적이라는 게 재계의 평가다.

“삼성의 매각 이해한다”

삼성정밀화학 ‘노사공동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공동위원장인 성인희 사장과 이동훈 노조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울산 남구 삼성정밀화학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삼성정밀화학 노사공동 비대위는 성 사장과 이 위원장을 공동위원장으로 해 지난 2일 결성됐다.

노사공동 비대위는 먼저 “삼성그룹의 지분 매각이 삼성의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점을 이해한다”며 “삼성이 한국의 위상을 더욱 드높이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우뚝 서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글로벌 초일류 화학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롯데케미칼의 삼성정밀화학 지분 인수를 적극 지지하고 환영한다”며 “신동빈 롯데 회장이 보여준 리더십에 신뢰를 보내며 앞으로도 ‘글로벌 초일류 화학기업’으로 성장, 발전하는 데 함께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삼성과 롯데의 성공 DNA를 융합해 삼성에서 이루지 못한 ‘초일류 고부가가치 정밀화학(스페셜티 케미컬) 회사’의 꿈과 목표를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사공동 비대위는 롯데에 △신동빈 회장이 회사를 방문해 미래 비전을 공유할 것 △고용과 처우를 분명히 보장할 것 △투자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지원할 것 △삼성정밀화학 노사의 ‘창조적 파트너십’에 대해 지지하고 지원할 것 △소통과 상생의 실천 노력을 강화할 것 등 다섯 가지를 요구했다.

모든 경영상황 투명하게 공개

최근 M&A 절차가 진행 중이거나 합병이 마무리된 기업 대부분은 심각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다. 노조가 합병 과정에서 위로금 지급 등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어서다.

지난 4월 한화로 편입된 한화종합화학은 노조의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와 파업에 맞서 울산공장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인수한 홈플러스 노조는 MBK에 직접 고용보장을 해달라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과 달리 삼성정밀화학이 ‘롯데케미칼의 인수를 환영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사 성인희 사장이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노사 간 창조적 파트너십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성 사장은 2011년 삼성정밀화학 사장에 취임한 뒤 가장 먼저 울산 노조 사무실을 방문했다. 삼성 계열사 중 유일하게 전사(全社) 차원의 노조인 삼성정밀화학 노조를 회사 경영의 파트너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후 회사 이익을 극대화하며 성과를 배분하는 창조적 파트너십을 실행에 옮겼다. 해외에 있는 협력사나 관계사를 방문할 때 “노조가 울산 생산현장에만 있으면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노조 집행부를 반드시 동행시킨 것은 창조적 파트너십을 실천한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노조도 창조적 파트너십에 동참했다. 2013년과 2014년 연속 적자를 낼 정도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회사가 요구한 구조조정을 노조는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 결과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19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성 사장은 지난달 30일 삼성·롯데 간 화학부문 ‘빅딜’이 발표되자마자 서울과 울산에 있는 830여명의 임직원을 모두 만나 매각의 당위성과 협력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후 노조와 치열한 밤샘 토론을 거쳐 매각작업에 적극 협력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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