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관광명소 내세웠지만…
주민들 "사람 몰려 불편" 민원에 보도 확장·문화거리 조성 등
서울시, 환경개선사업 잇단 지연
공사때 유적 발굴 등도 '걸림돌'
[ 강경민 기자 ]
서울의 한옥 밀집지역인 북촌(사진)과 서촌을 대표적인 도심 관광코스로 조성하겠다는 서울시의 계획이 주민 반발로 표류하고 있다. 국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추진하는 지하주차장 건립 계획이 주민들의 거센 반대로 잇달아 지연되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내년 초부터 103억원을 들여 서촌 일대 필운대로 역사문화거리 조성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서촌은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 사이 지역으로 누하동, 체부동, 옥인동, 사직동 등이 해당한다. 재동, 가회동, 삼청동 등을 뜻하는 북촌과 더불어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 한옥 밀집지역이다.
시는 지난해 초 관광객이 서촌을 많이 찾을 수 있도록 보도를 넓히고 장애물을 제거하는 보도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시는 당초 지난해 말부터 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었지만 서촌 지하 공영주차장 건립 계획이 잇달아 보류되면서 6개월 넘게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공사에 따른 주민 민원을 의식해서다. 공사 과정에서 문화재나 유적이 발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결정을 미뤄온 한 요인이다. 시 관계자는 “주차장이 건립되면 외지 관광객 방문이 늘어나 이를 우려하는 주민이 많다”고 말했다. 시는 서촌 지하주차장의 우선 사용권을 지역 주민에게 나눠주는 등 주민 설득 작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북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주목받기 시작한 서촌과 달리 북촌은 10여년 전부터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관광객을 위한 주차 공간을 거의 찾을 수 없어 매주 주말만 되면 ‘주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시는 최근 북촌 인근 재동초교에 지하주차장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학부모와 학교 동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시는 재동초와 북촌에 있는 교동초를 통합하자고 서울교육청에 제안했지만 이마저도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교동초와 재동초를 통합하면서 통합 학교는 교동초에서 운영하고, 재동초 학교 건물은 주차장 등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 서울시의 계획이다. 하지만 ‘120년 역사를 보유한 학교를 폐쇄할 수 없다’는 학부모와 주민들의 반발에 시의 계획은 보류됐다. 1894년과 1895년에 각각 세워진 교동초와 재동초는 한국 근대식 초등학교 1, 2호다.
시 고위 관계자는 “북촌의 심각한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지하주차장 건립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역 주민의 반발이 워낙 거세 사업 추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역 주민들은 서울시가 북촌과 서촌의 한옥을 보존하기 위해 재건축 층수를 낮추고, 용도변경을 불허하기로 한 것에 대해 ‘재산권 침해’라고 맞서고 있다. 외지 관광객 때문에 정작 지역 주민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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