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부동산·환율 등 투자영역 대폭 확장
펀드보다 수수료 저렴…국내 상장 ETF도 내년 비과세
[ 박동휘 기자 ] 해외 투자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한국도 저성장, 저금리, 고령화 시대를 맞고 있어 국내 주식과 채권 등 투자 상품의 매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어서다. 국가 신용등급이 올라가도 한국 증시는 여전히 박스권에 갇혀 있다. ‘한 바구니에 계란을 모두 담지 말라’는 격언이 요즘처럼 중요한 때도 드물 것이다. 해외 자산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느냐가 이 원칙을 실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조언한다.
○집중 조명받는 ETF의 매력
누구나 투자할 때 고려하는 두 가지 요소는 수익률과 위험이다. 이런 점에서 개별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위험 또한 크다. 그래서 떠오른 대안이 집합투자다. 여럿이 돈을 펀드라는 그릇에 담고 이를 전문가에게 운영하도록 맡기면 위험은 작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여기에서 조금 더 안전성을 높이려면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보다는 주가지수를 추종해 설계된 상품에 투자하는 게 낫다. 상장 종목의 움직임을 종합한 것이 주가지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개별 종목의 등락보단 상대적으로 진폭이 덜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상품이 상장지수펀드(ETF)다.
ETF는 거래소를 통해 일중 매매할 수 있다. 상당수의 ETF는 미국 S&P500 및 KOSPI 등 특정 주가 지수를 추종한다. 주가 지수 외에도 다양한 종류의 ETF 상품을 통해 채권, 원자재, 환율 등을 주식 매매하듯 투자할 수 있다.
ETF는 매우 저렴한 투자 수단이기도 하다. 뮤추얼펀드의 총 수수료가 대략 1.5~2%고,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는 평균 수수료가 1%대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ETF의 수수료는 0.5% 수준이다. ETF를 통하면 해외 투자도 위험 부담을 최소화해 저렴한 비용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 상장 ETF로 분산 투자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ETF는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국내 거래소에 상장돼 있는 해외 ETF에 투자하면 된다. 한국 주가지수, 업종, 스타일 등에 투자하는 종목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ETF 역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선택폭이 제한적이다.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원칙을 실현하려면 글로벌 증시에 상장돼 있는 ETF에도 투자할 수 있어야 수익률을 더 끌어올릴 ?있다. 글로벌 ETF 역시 초기에는 자국의 주가지수 및 업종에 특화된 종목 위주로 발전했다. 현재는 세계 각국에 투자하는 다양한 주식형 상품을 비롯해 채권, 원자재, 환율, 부동산 등 거의 모든 자산 군(群)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ETF를 활용한 자산관리의 매력이 높아짐에 따라 기관투자가와 개인뿐만 아니라 최근엔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산운용인 로보어드바이저 분야에서도 ETF가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국내 투자자 입장에서 어떤 ETF를 활용하는 것이 더 유리할까.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는 언제든 주식시장을 통해 장중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더 선호할 수 있다. 다만 국내 상장 해외 ETF는 미국 및 중국 주식, 리츠, 금, 은, 원유 등 가장 대표적인 상품 위주로만 거래되고 있으며 글로벌 증시에 상장된 ETF에 비해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제한적이다. 일간 거래량이 충분하지 않고 시장가치와 순자산가치(NAV)의 차이를 나타내는 괴리율 역시 격차가 크다는 점도 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과세 제도도 불리하다. 해외 상장 ETF에 투자하면 발생한 매매차익에 대해 250만원까지 기본 공제가 적용되며 그 이상에 대해서는 22%의 양도소득세가 분리 과세되므로 종합소득 과세 부담을 덜 수 있다. 이에 비해 국내 상장 해외 ETF에 투자해 매매차익이 발생하면 이에 대해 15.4%의 배당소득이 발생하며 종합과세 대상이 된다.
다행히 내년부터 국내 상장 해외 ETF도 매매차익에 대한 세금이 면제되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다만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국내 상장 해외 ETF는 유동성이 부족한 상품이 많으며 해외 투자가 가능한 상품 또한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다.
도움말=양신형 쿼터백테크놀로지 대표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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