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매년 1000억 안팎 수익
성장 잠재력보다 '꾸준한 이익'에 프리미엄 얹어줘…PER 30배
업종별 잣대가 달라진다
음식료업종 PER 5년 만에 2배로
일부선 "과도하다" 평가 있지만 예금보다 투자 수익 높아
[ 이태호 기자 ]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 주식을 사는데 갈수록 비싼 돈을 지급하고 있다. 실질 예금 금리가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주저앉으면서 ‘꾸준한 수익’에 대한 갈증이 커진 결과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와 저금리가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에 비싼 가치를 부여하던’ 과거의 투자상식을 바꿔놓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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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은 제자리인데 주가는 상승
식품업체 오뚜기의 4일 종가는 102만1000원. 올 들어서만 110.1% 상승한 가격이다. 시가총액은 3조5122억원으로 증권사들의 올해 순이익 전망치 약 1200억원의 30배에 가깝다. 웬만한 정보기술(IT)업종 주가수익비율(PER)을 웃도는 평가다. PER(price earning ratio)이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가를 보여주는 투자가치 판단 지표다.
오뚜기의 주가 상승이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이익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목표주가를 130만원으로 제시한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오뚜기의 2016년 순이익을 2015년 전망치와 똑같은 116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웅필 KB자산운용 최고운용책임자(CIO) 상무는 “오뚜기는 과거에도 1000억원 안팎의 이익을 냈고,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달라진 것은 똑같은 이익을 매년 안정적으로 내는 주식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평가”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이익에도 주가가 계속 오르는 것은 저금리 시대에 PER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 같으면 고PER주로 분류돼 투자기피 대상에 오르던 주식이 투자유망 종목으로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PER 20배’에 대한 새로운 인식
실제 오뚜기를 비롯한 음식료업종 주가는 최근 수년간 이익 성장률을 크게 뛰어넘는 상승세를 나타내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음식료업종 평균 PER은 지난달 말 현재 19.5배(12개월 예상 실적 기준)에 달한다. 2010년 10.2배에서 5년 만에 두 배 수준으로 올라갔다.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구성종목 평균 PER이 10.2배에서 11.4배로 소폭 오른 것과 비교해 가파른 상승세다.
일각에선 음식료업종 PER이 20배까지 오른 것은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그동안 크게 떨어진 시장 금리를 감안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식의 기대수익률을 나타내는 ‘PER의 역수(1/PER)’로 따져보면 연 5%로 최근 국고채 금리(3년물) 연 1.68%의 두 배를 크게 웃돌기 때문이다. 똑같이 손실위험이 없다고 가정한다면 음식료업종 투자가 국고채나 예금보다 현명하다는 뜻이다. 최 상무는 “과거엔 성장성이 높은 IT업종은 PER 30배, 그렇지 않은 식품업체는 10배 식으로 주식가치를 매기는 일이 흔했다”며 “하지만 경기 둔화와 금리 하락으로 인해 업종별 PER을 계산하는 잣대도 과거와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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