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TPP를 별것 아니라며 묵살해온 사람은 누구였나

입력 2015-11-06 18:15  

뉴질랜드 정부가 엊그제 공개한 TPP 협정문의 내용을 보면 이 협정이 결코 간단치 않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우리의 주된 관심사인 공산품 수입관세 철폐율은 100%에 가깝다. 농산품을 포함한 전체 관세 철폐율도 일본만 95%이고 나머지 11개국은 99~100%다. 95.8%인 한·미 FTA의 철폐율보다 더 높다. 태평양 주변 12개국이 일반적인 예측을 뛰어넘어 최고 수준의 시장개방에 합의한 것이다. 올 들어 빨간불이 켜진 ‘수출 한국’을 가로막고 왕따시킬 두터운 먹구름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은 지금 GDP 기준으로 세계시장의 36.7%에 달하는 TPP 체제의 출범을 외곽에서 지켜만 보는 처지가 됐다. 지난달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때도 박근혜 대통령이 거듭 가입의사를 밝혔으나 회견장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여기에 대해서는 언급도 않았다. ‘TPP에 대한 한국의 관심을 환영한다’는 공동설명문의 한 줄뿐이었다. TPP에서부터 환율 문제까지 근래 경제·통상 외교의 허점이 그만큼 컸다. ‘중국 경사론’이란 안팎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한·중 FTA에 과도하게 매달린 대가가 더 큰 시장인 TPP에서 한국의 왕따를 초래했다는 분석도 결코 무리가 아니다. 그나마 한·중 FTA조차 국회비준이 안 돼 언제 발효할지 예측도 어려운 상황이다.

TPP 출범에 참여하지 못한 대가가 의외로 커질 수 있다. 남중국해에서 미·중 간 대립구도가 첨예해지면서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것을 보면 비단 통상과 교역, 투자의 경제협력 아젠다로만 볼 수도 없게 됐다. TPP 참여국 중 다수가 한국과 개별적으로 FTA를 체결했다는 이유 등으로 별것 아닌 듯 봤던 소극적인 판단에서 탈피해 새로운 안보동맹체로 보고 빨리 동참해야 한다. 늦어질수록 일본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관료들은 지금도 변명만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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