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0년 넘던 상용화 기간 절반으로 줄 듯"
유전자 진단, 기형아·암 검사에도 활용 허용
"규제 풀어 바이오 육성" 한경 지적 대거 반영
[ 조미현 기자 ] 앞으로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재생의약품을 정부의 시판 허가 전에도 환자 치료에 쓸 수 있게 된다. 최신 유전자 진단 기술을 태아의 기형아 검사는 물론 암 분석에 활용하는 길도 열린다. 13조달러(2013년 기준)에 달하는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에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에 더 이상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첨단의약품 개발기간 단축 기대
정부는 바이오헬스산업 활성화를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규제 개선 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줄기세포, 유전자 등을 재료로 하는 첨단재생의약품 개발을 지원하는 재생의료법을 제정하기로 했다. 현재 첨단재생의약품은 오랜 임상시험 기간을 거쳐 인허가를 받은 뒤에야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다. 반면 일본, EU 등 선진국은 시판 허가를 받기 전 병원에서 의사 책임 아래 치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첨단재생의약품을 치료제가 없는 희귀 虛?치료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첨단재생의약품은 부가가치가 크고 시장 선점자가 없어 다국적 제약사부터 바이오 벤처기업까지 개발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정부는 관련법을 마련해 안전과 품질 기준이 확보된 치료제는 높은 수준의 연구역량을 갖춘 연구중심병원에서 시판 허가 전에라도 의사 책임 아래 환자에게 우선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내년 입법 과정을 거쳐 이르면 2017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는 메디포스트, 파미셀 등이 줄기세포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바이로메드, 제넥신 등은 유전자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개발부터 환자 치료에 활용될 때까지 10년가량 걸리는 시간이 절반가량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전자 분석 규제도 풀어
최신 유전자 분석 기술이 태아의 기형아 검사나 암 분석 등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제도가 정비된다. 산모들은 지금까지 유전자 분석을 통한 기형아 검사는 중국이나 미국 기업을 통해서만 서비스받을 수 있었다. 암 환자들도 유전자 검사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국내 병원과 기업들이 장비와 기술은 갖추고 있지만 관련 장비가 의료기기로 등록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미국처럼 ‘공인 실험실 검사제도’를 도입, 실험실 조건이 충족되면 개별 사용 장비를 허가받지 않아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유전자 분석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 범위도 넓히기로 했다. 안전성 우려가 적은 체외진단검사 등 신(新)의료 기술의 평가 대상을 절반 이상 줄이고, 평가 기간도 기존 280일에서 140일로 단축할 계획이다.
건강 관리와 관련한 웰니스(wellness) 제품은 의료기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 회장은 “헬스케어산업이 향후 10년간 전 세계 부가가치의 40%를 창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며 “정부의 이번 조치로 신제품과 신기술의 상용화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은 바이오헬스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왔다. ‘위기의 유전자산업(4월16일자)’, ‘코오롱 관절염 신약, 16년 연구 무산될 판(7월16일자)’, ‘일본에서 임상시험하는 바이오기업(8월6일자)’ 등 기획 기사를 통해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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