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소년도 멍들게 하는 불법 온라인도박 척결해야

입력 2015-11-08 18:06  

언제 어디서나 가능한 사이버도박
중독에 더해 2차 범죄피해 눈덩이
국민 모두 관심 갖고 뿌리뽑아야

이상원 < 경찰청 차장 >



“여러 가지 내기 놀이 중 심보가 나빠지고 재산을 탕진해 가문과 친족들의 근심이 되게 하는 것 중 첫째는 투전(鬪·여러 가지 그림이나 문자 등을 넣어 끗수를 표시한 종잇조각을 가지고 하는 노름의 일종)이다.”

도박은 200년 전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에서도 지적된 오래된 사회적 폐해 중 하나다. 중독으로 인한 생활 파탄을 방지하고, 국민의 건전한 여가생활 향유와 다양한 공익사업 기금 마련을 위해 사행산업은 국가의 규제와 양성화 정책을 동시에 적용 받아 왔다. 여기에 적지 않은 규제를 뒷받침함으로써 도박 중독으로 인한 피해자 발생을 최소화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불법 도박이 사이버 공간까지 확산되면서 접근성과 중독성이 높아져 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만 연결하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사이버도박은 쉽게 접할 수 있어 별다른 죄의식 없이 빠져들기 쉽다. 그러나 접근성만큼이나 중독성도 높아 피해자가 많이 나오기 쉽다. 도박에 중독된 당사자는 범법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된다.

과거에는 일부 연예인 및 고소득자가 해외 상습 원정도박이나 ‘떴다방’ 형식의 불법 행태에 손대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범위가 더 넓어졌다. 스포츠 스타와 감독, 유명 연예인은 물론이고 청소년까지 불법 사이버도박에 손을 대고 있는 실정이다.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해 청소년들은 ‘중고나라론(loan)’으로 불리는 사기행각에 가담하기도 한다. 중고나라론은 네이버 카페인 ‘중고나라’와 대출을 뜻하는 영어 ‘론(loan)’의 합성어다. 중고나라 등에 허위 매물을 판매하겠다고 글을 올려놓은 뒤, 입금받은 물품대금을 사이버도박에 사용한 후 돈을 따면 환불해 주고 잃으면 잠적하는 수법으로 급전을 마련하는 도박 중독 청소년이 적지 않다.

비단 청소년뿐만이 아니다. 가족과 친지 재산에서 시작해 회사 공금까지 횡령해 도박 자금으로 사용하는 성인들도 상당수다. 승부 조작에 직접 가담하는 스포츠 스타까지 속출하고 있다. 불법 도박으로 파생된 2차 범죄의 피해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2014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불법 도박 규모는 합법 사행산업(2014년 20조원)의 최대 8배인 101조~160조원으로 추산됐다. 이 규모는 지속적으로 몸집을 키워 가는 실정이다.

경찰청도 이런 불법 사이버도박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 2일부터 ‘불법 사이버도박 척결을 위한 100일 집중단속’을 하고 있다. 도박사이트 운영자에게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극 적용하고, 프로그래머 및 서버 제공자는 ‘공동 정범 또는 방조범’으로 취급해 수사하고 있다. 단순 행위자에 대한 형사 처벌도 강화해 공급과 수요 전반에 걸쳐 범죄 심리를 축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사행 활동 최초 경험이 20대와 10대에 집중됐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청소년 불법 도박도 사회적으로 큰 문제다. 경찰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사행 행위에 대한 올바른 인식 교육과 보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관기관과 도박 중독자에 대한 재활·치료활동 및 예방교육도 함께하고 있다.

2006년 불법 도박의 대명사였던 ‘바다이야기’는 범(汎)정부적인 단속과 국민의 노력으로 그 자취를 감춘 바 있다. 경찰의 단속 노력과 더불어 사회 전반적인 주의와 관심이 뒷받침된다면 국민을 위협하는 사이버도박의 그림자가 ‘바다이야기’처럼 사라질 것이다.

이상원 < 경찰청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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