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마잉주 "중국은 하나"…중국 "AIIB 대만 가입 적극 지원"

입력 2015-11-08 18:45  

중국·대만 66년 만에 첫 정상회담

양국, 핫라인 설치 합의·92컨센서스 재확인
"양안관계 개선" vs "정치 쇼에 불과" 엇갈려



[ 베이징=김동윤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이 지난 7일 분단 66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회담을 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하나의 중국’이란 원칙을 골자로 한 ‘92컨센서스’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한편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간 핫라인을 설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시 주석은 대만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및 ‘일대일로(一帶一路)’사업 참여를 적극 지원한다는 뜻도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양안관계의 새로운 장을 연 역사적 만남”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내년 1월로 예정된 “대만 총통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70초간 손 맞잡은 양국 정상

정상회담은 이날 오후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개최됐다. 시 주석과 마 총통은 예정된 시간에 회담장에 나타나 사진 기자들을 향해 약 70초간 악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회담 전 언론에 공개한 발언에서 시 주석은 중국과 대만 간 우애관계를 과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시 주석은 “우리는 뼈와 살이 터져도 끊을 수 없는 형제(兩岸同胞是打斷骨頭連著筋的同胞兄弟)”라며 “어떤 비바람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안 지도자가 만난 것은 오랜 분단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역사도 장차 오늘을 기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 총통은 양안 정상회담에 대한 대만 내 반대 여론을 의식한 듯 다소 딱딱한 어투로 △적대상태 완화 △교류 확대 △핫라인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양안 간 평화 발전을 위한 5대 주장을 발표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 재확인

비공개로 진행된 회담에서 양국 정상은 92컨센서스를 재확인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이 전했다. 마 총통은 대만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할 수 있도록 중국 측이 양해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도 양안 간 평화발전을 위해 양측이 92컨센서스를 굳건히 견지하는 것을 대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마 총통은 이날 회담에서 ‘92컨센서스’라는 말을 12차례나 사용했다. 시 주석도 “92컨센서스를 부정하는 대만 독립세력은 양안의 평화와 발전을 저해하고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한 것은 내년 초 대만 총통선거에서 대만 독립 노선을 주장하는 차이잉원(蔡英文) 민주진보당 대표가 승리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분석했다.

시 주석은 마 총통이 제안한 양안 핫라인 설치와 관련, “양측이 신속히 소통하고 오판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즉석에서 동의했다.

○대만 야당 “국민 선택권 제한” 반발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한편에선 분단 이후 66년간 정치·외교적으로 평행선을 달리던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만난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미국 정부는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 성명에서 양국 정상회담에 대해 “역사적인 관계 개선”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정융녠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두 사람이 싱가포르에서 무엇을 토론하고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이들의 만남 자체가 (양안관계에) 큰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도 “이번 정상회담은 내전과 수십년의 적대감으로 갈라진 양국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는 노력 중 하이라이트”라고 평가했다.

반면 이번 정상회담은 내년 1월 치러지는 대만 총통선거에서 반중(反中) 성향의 차이 대표가 승리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차이 대표는 이날 회담 직후 성명에서 “정치적 프레임을 이용해 대만 국민의 미래에 대한 선택을 제한했다”고 비판했다.

■ 92컨센서스

1992년 11월 중국과 대만 양국 정부가 민간단체인 중국해협양안관계협회와 대만해협교류기금회를 내세워 합의한 양국 관계에 대한 원칙.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양측이 각자 해석에 따른 국가 명칭을 사용하자는 것이 골자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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