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도 소더비같은 거래시장 만들어야"

입력 2015-11-08 19:17  

기술보증기금·한경 주최 'M&A 및 기술거래 활성화 세미나'

기술거래·M&A 활성화돼야 투자자·기업 상생 가능
"민관 장점 합친 기술거래소, 창조경제혁신센터 활용을"



[ 이현동 기자 ]
“미술품은 객관적인 가격 기준이 없지만 좋은 그림은 수억원에서 수백억원대 가치를 인정받곤 합니다. 크리스티·소더비 등 유명 거래시장에서 많은 사례가 축적돼왔기 때문인데 기술 거래도 이런 시장이 필요합니다.”(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술보증기금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한 ‘M&A 및 기술거래 활성화를 위한 플랫폼 구축 방안’ 세미나가 지난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혁신 기술을 사고파는 시장과 이를 통한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 등이 폭넓게 논의됐다. 이날 행사에는 기업체 대표 등 300여명 이상이 참가했다.

○유럽 91.3% vs 한국 1.8%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작년 국내 벤처캐피털이 M&A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한 비율은 1.8%로 유럽(91.3%)과 미국(85.5%), 중국(57.1%) 등에 비해 크게 낮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선 M&A보다 기업공개(IPO) 비중이 월등히 높다는 것. 그는 “구글은 지난 14년간 154개 회사를 M&A해 검색 외의 역량을 강화해왔다”며 “글로벌 경쟁시대에서 M&A는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이라고 말했다.

국내에도 대기업에는 혁신의 동력, 중소기업엔 판로 확대, 투자자에겐 빠른 자금 회수가 가능한 ‘상생형 M&A’가 늘어나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훈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장도 “미국 실리콘밸리는 창업한 회사를 팔고, 재창업하거나 다른 회사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며 “창업을 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태계를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유형자산 외에 기술 등 지식재산의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평가 역량도 쌓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혁신거래소 만들자”

발표자들은 신뢰성과 활력을 갖춘 기술거래 장터(플랫폼)를 개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기반으로 M&A 활성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정부가 초기에 조세 감면, 공공정보 제공 등을 통해 참여자를 모아줘야 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가 자유롭게 가격을 정해 거래하는 ‘혁신거래소’가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민관이 주도한 기술거래 장터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공공 주도의 기술거래 장터는 경직된 조직문화로 활력이 부족했고, 민간 주도의 기술거래 장터는 신뢰성 부족으로 매물이 많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전국 17곳에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기존 테크노파크, 보육센터 등과 역할이 겹친다는 지적이 뭬年?rdquo;며 “대기업이 운영하는 만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기술거래 및 M&A를 맡는 창구로 특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기술보증기금과 벤처기업협회 등이 가진 기업 데이터베이스(DB)를 결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소영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은 “독일 슈타인바이스재단, 싱가포르 IPI 등 해외 각국의 기술이전 플랫폼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며 “처음부터 국내외 모든 기업이 참여하는 글로벌 플랫폼으로 구축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거래를 지원하는 자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웅 티에스인베스트먼트 대표는 “중소기업 M&A 펀드를 늘리고, 해외 출자자의 펀드 참여를 유도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용호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은 “중소기업청과 금융기관 등의 DB를 활용해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라며 “향후 기술 및 M&A 거래를 돕는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까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현동 기자 gr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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