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의 데스크 시각] '기울어진 운동장론'에 기대서야 …

입력 2015-11-09 18:13  

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


‘기울어진 운동장론’은 야당이 정세가 불리하거나 선거에 지면 자주 내세우는 논리다. ‘진보가 보수보다 악조건에서 싸움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보수적인 언론이 힘을 발휘하고, 인구 고령화·북한 변수로 이념 지형에서도 야당이 불리하다는 것이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2013년 펴낸 《1219 끝이 시작이다》라는 책자에서 대선 패배와 관련해 “보수 세력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고, 민주진보 세력에는 불리한 모습”이라며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축구 경기를 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론’은 야당의 장외투쟁 명분이기도 하다. 정부가 지난주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발표하자 야당은 정기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장외로 나갔다. 9일 국회로 돌아왔지만 장외투쟁은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지금의 역사 교과서가 편향되지 않았다는 논리를 아무리 내세워도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니 장외로 나가 호소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야당 주장이다. ‘기울어진 운동장론’을 배경에 깔고 있다.

장외투쟁 명분으로 삼?/strong>

장외투쟁은 문 대표가 이끌었다. 강경 투쟁엔 당내 요인이 한몫을 했다는 주장도 있다. 문 대표는 지난달 22일 대통령과 여야 대표·원내대표 간 청와대 5자 회동 뒤 국정화 문제를 국회 일정·예산심의와 연계하지 않겠다고 했다. 문 대표가 이런 약속을 깨고 강공책을 택한 것은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10·28 재·보궐선거 패배 책임론’을 피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새정치연합의 장외투쟁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반대 의견(53%)이 찬성(36%)보다 많았다. 장외투쟁을 이끈 새정치연합 지지도는 20%로 전주(前週)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올해 최저치다.

전문가들은 야당이 국정화 투쟁에 나서면서 정기국회 현안을 외면한 데 대한 국민의 반감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김부겸 전 민주당(현 새정치연합) 의원은 “상대편이 싸움을 걸어오면 어떻게든 나설 수밖에 없는 그런 패턴에 국민이 너무 지쳐 있다”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기울어진 운동장’은 없다고 했다. ‘기울어진 운동장론’은 핑계이고, 리더십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새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정화 투쟁, 총선 전략으로

장외투쟁이라는 물리력, 이른바 ‘하드 파워’에 기대서는 자발적으로 민심을 따라오게 하는 ‘소프트 파워’를 이길 수 없다는 게 정치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피부에 와닿는 매력적인 비전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민주화 투쟁 시절의 관성으론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지난 8일 정기국회 복귀를 선언하며 주거·중소기업·갑을관계·노동 등 4개 분야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내용을 떠나 정책 경쟁을 하자고 한 것 자체는 평가받을 만하다. 새정치연합은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원내외 병행투쟁이라는 어정쩡한 전략을 택했다. 국회는 ‘가다 서다’를 반복할 가능성이 크다.

‘국정화 투쟁’을 내년 4월 예정된 총선 전략으로 삼는다는 계획도 밝혔다. 총선에서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다.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봤듯이 새정치연합이 또다시 ‘기울어진 운동장론’에 기댄다면 계속 야당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홍영식 정치부장 yshong@hankyung.com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