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를 충전할 때 초록색 불이 들어온 뒤에도 계속 꽂아두는 게 유리할까? 그렇다고 한다. 전지 안 리튬이온의 농도 편차가 심해 전압이 충분히 높아질 때까지 두 시간 정도 걸린다는 것이다. 수명이 줄어든 전지를 냉동고에 넣어두면 성능이 회복된다는 얘기는 근거가 없다. 배터리 안 전해질이 얼어서 오히려 성능이 나빠질 수도 있다고 한다.
일상생활 곳곳에 쓰이는 배터리의 역사는 200여년에 불과하다. 이탈리아 물리학자 알레산드로 볼타가 구리와 아연, 식염수로 전지를 처음 만든 게 1800년이다. 1860년 프랑스의 가스통 플랑테가 충전을 거듭할 수 있는 2차전지(축전지)를 개발한 이후 배터리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수명이 긴 리튬이온전지는 1991년 일본이 상용화했고 우리나라는 2000년대부터 양산했다.
배터리 전쟁은 휴대전화에서 전기차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올해 약 678만대로 예상되는 전기차 판매량은 곧 1000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LG화학과 삼성SDI의 점유율은 각각 8.8%, 5.7%로 4위, 6위다. LG는 미국 홀랜드에 이어 중국 난징에 공장을 지으며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도 중국 시안에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삼성은 스마트카,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만물배터리(BoT)를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2020년까지 배터리 생산을 10배 늘리기로 했다. 만물배터리란 모든 것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핵심 기술이다. 미래에는 전원 연결 없이 작동하는 배터리가 승부를 가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최고가 되겠다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둘둘 말 수 있는 플렉시블 배터리 기술까지 확보한 자신감도 작용한 것 같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의 움직임은 만만찮다. 미국은 대대적인 정부 투자를 통해 전지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선도 기술 분야에서 우리의 몇십 배 인력이 달려드는 중국의 ‘인해전술’도 무섭다. 배터리 경쟁의 핵심은 수명이다. 황화리튬을 이용해 가장 가벼우면서도 에너지효율과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쟁이기도 하다.
우수 인재가 과학 분야를 외면하는 우리 상황은 어떤가. 취업준비생의 35%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고, 초등학생의 60%가 장래희망을 공무원이라고 답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의 미래를 위한 ‘성장 배터리’는 누가 개발할지 걱정스럽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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