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이 불지른 개헌론…"정신 나갔나" 청와대도 친박도 격앙

입력 2015-11-13 18:50  

홍문종 '이원집정부제 개헌' 제기에 들끓는 새누리당

'반기문 대통령·최경환 총리' 구체 시나리오까지 나돌아

청와대 "민생에 집중할 시기에 …"
친박 "때가 아니다" 진화 나서
김무성 "개헌 얘기는 않겠다"



[ 조수영 기자 ] 친박근혜(친박)계 일부에서 제기한 이원집정부제 개헌 주장으로 13일 여권이 들끓었다. 파장이 커지자 청와대와 친박계가 진화에 나섰다.

이번 개헌 논란은 친박계 핵심으로 꼽히는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이 제기했다. 그는 지난 1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내년 4월) 20대 (총선이) 끝난 이후에 개헌해야 한다는 것이 현재 국회의원들의 생각”이라며 이원집정부제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다. 친박계의 개헌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4일 “20년 이상 (대통령제) 5년 단임제를 실시했는데, 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것인가는 같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친박계 홍 의원이 직접 개헌론의 군불을 때면서 그 배경에 정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보장하고 친박 정권 재탄생을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많은 가운데 일각에서는 ‘반기문 대통령과 친박 총리’라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당장 당내에서는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에게 “개헌 얘기는 하지 않겠다”고 언급을 피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에서 개헌 필요성을 제기했다가 청와대의 반대로 하루 만에 청와대에 사과한 바 있다. 이후 여권 내에서 ‘개헌’은 금기어가 됐다. 비박계는 홍 의원의 발언 의도에 대해 의심스러운 시선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한 비박계 의원은 “개헌하자고 할 때는 그렇게 반대하더니 뜬금없이 여론 떠보기에 나선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파장이 번지자 친박 내부에서 진화에 나섰다. 원유철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홍 의원의 발언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원 원내대표는 “지금 경제활성화법, 노동개혁법,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등 현안이 너무 많다”며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조 원내수석부대표는 “(홍 의원의) 개인적 입장인지 모르겠지만 방향을 잘못 설정하고 있다. 개헌은 얘기하지 않는 게 맞다”고 말했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친박 윤상현 의원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이원집정부제는 (홍 의원)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이를 친박계의 개헌론으로 부풀리는 것은 사실과 다른 공상일 뿐”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도 ‘개별 의원의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는 노동개혁 5대 입법, 경제활성화 4개 법안, 한·중 FTA 비준안의 조속한 처리와 민생경제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라며 개헌론에 거리를 뒀다. 한 참모는 “법안 처리에 전력을 쏟아야 할 시기에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엉뚱하고 정신나간 얘기로 국정에 부담만 주는 발언”이라고 홍 의원을 비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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