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유일 단막극 KBS '드라마 스페셜' 호평…"신인 작가·배우 등용문 역할도"

입력 2015-11-13 20:49  

미디어 & 콘텐츠

단조롭지 않은 형식, 막장 없는 이야기, 극장서 영화 한 편 본 듯



[ 유재혁 기자 ] 방송계에서 단막극은 ‘드라마의 꽃’으로 불린다. 적절한 형식미에 주제를 녹여내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연속극보다 생명력이 더 길기 때문이다. 연속극과는 달리 소비품이 아니라 예술품으로 분류되는 이유다. 하지만 연속성 부족으로 상품 가치가 떨어져 광고가 덜 붙기 때문에 수익성이 낮다.

지상파 방송 중 KBS ‘드라마 스페셜’(매주 토요일 밤 11시50분)만 단막극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다. 드라마 스페셜은 지난해까지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돼 있다가 올 들어 봄·여름·가을의 시즌제 형식으로 바뀌었다.

지난달 24일 시작한 가을 시즌 ‘드라마 스페셜’의 단막극들이 뛰어난 작품성과 주제의식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짝퉁 패밀리’(극본 손세린, 연출 안준용·오른쪽 사진)는 성(姓)이 다른 가족 구성원의 생계를 담당하느라 청춘을 다 보낸 노처녀 은수가 자신만을 위한 삶을 보내려는 순간, 의붓동생 민수를 떠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가족극이다. 경쾌한 터치로 진ㅗ?가족과 행복의 의미를 잘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량진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극본 김양기, 연출 이재훈·왼쪽 사진)는 4년째 노량진 고시촌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희준이 또 한 번 불합격 통보를 받은 날 정체 모를 소녀 유하를 만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결과보다는 과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위축된 청춘들에게 따뜻한 한마디를 건네는 청춘 드라마다. ‘낯선 동화’(극본 신수림, 연출 박진석)는 아빠와 두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단한 현실에서 행복을 찾는 아이들의 모습을 그렸다.

시청자들은 애정 어린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여태껏 드라마를 보고 시청 소감을 남겨보는 게 처음인데요. 드라마 너무 잘 봤습니다. 마치 좋은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여운이 길게 남네요.” “정말 재미있네요. 막장만 보다가 오랜만에 괜찮은 드라마를 봤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좀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마음먹지만 드라마처럼 해피엔딩일지 아니면 배드엔딩일지, 오늘도 운명의 주사위를 던지게 되네요.”

단막극의 제작비는 일반 드라마 편당 제작비의 절반도 채 안 된다. 대부분 신진 작가가 투입돼 시청률도 낮다. 지난해 KBS는 20억원을 투자해 18억원을 회수했다. 올해도 회당 평균 8000만원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업성과 시청률이 단막극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는 없다. 연속극은 한국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서는 전체 기획이나 대본에 결말이 없는 채 제작에 들어가 방영을 시작한다. 단막극은 완결성을 가진 이야기로 촬영에 들어간다. 배우들도 연속극에서는 자기 배역이나 스토리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연기해야 하지만, 단막극에선 전체 그림을 보며 일정한 계획에 따라 연기할 수 있다. ‘노량진역에는 기차가 서지 않는다’에 출연한 봉태규는 “긴 호흡의 미니시리즈보다 밀도가 높고 한 편에 모든 이야기를 쏟아내야 하기 때문에 배우에게 높은 집중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단막극은 고정된 틀에 매여 있는 일반 드라마와는 달리 새로운 포맷과 내용, 유행을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창구다. 이 때문에 단막극은 ‘작가와 배우 양성소’이자 ‘드라마의 미래’로 불린다. 안준용 PD는 “제작 환경이 열악한 단막극을 계속 하고 싶고, 하게 되는 이유는 더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갈증이 있기 때문”이라며 “예산은 적지만 더 나은 걸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응진 TV본부장은 “단막극은 모든 드라마의 시작과 끝”이라며 “드라마 장르뿐만 아니라 다큐, 예능, 교양 프로그램도 모두 단막극의 형식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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