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희은 기자 ] 경찰력이 강화된다고 해서 반드시 범죄 발생이 감소하지는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장안식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사진)는 13일 오후 서울 도화동 경찰공제회관에서 열린 ‘경찰 70주년 기념 경찰청·학회 공동 세미나’에서 ‘최근 20년간의 범죄 변화와 미래전망’을 주제로 이런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장 교수는 “지난 20년간 범죄율 변화를 토대로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범죄율은 경찰력 강화와 관계없이 증가할 수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단순히 경찰 인력의 양적인 확충으로 효율적인 범죄통제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사회 안에서 어떤 가치와 정책을 우선순위에 놓고 치안활동을 하는지에 따라 미래 범죄율 추이는 바뀔 것”이라며 “경찰 활동의 어떤 부분이 실제로 범죄율을 줄이는 효과가 있는지 보다 깊이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 교수는 또 경찰청장의 취임사가 정권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 결과도 발표했다. 현재 경찰청장인 강신명 청장은 ‘경찰에 대한 신뢰 회복’, 기초 치안 등에 대한 강조가 두드러졌다.
11대 경찰청장인 최기문 전 청장은 공정과 정의로움에 대해 강조하며 봉사하는 경찰을 제시했고, 16대 경찰청장인 조현오 전 청장은 동료의 가치와 업무 자체에 대해 강조했다.
장 교수는 “청장들이 취임사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나 정책적 지향은 수시로 달랐는데, 이는 경찰 본연의 임무에 대한 재정립이라기보다는 정권의 영향이나 조직 형태의 변화 탓이라고 할 수 있다”며 “가치 지향의 변화가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눈치보기에 그친다면 경찰행정은 안정성을 도모하지 못하고 유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강신명 청장, 최응렬 경찰학회장, 이순래 대한범죄학회장 등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했다. 장 교수 이외에도 김창윤 경남대 교수, 오동석 아주대 교수가 논문을 발표했다.
이날 강 청장은 환영사를 통해 “경찰 70주년 기념 세미나를 매우 뜻깊게 생각하며, 이번 세미나가 경찰행정 발전을 위해 효과적인 전략과 정책을 논의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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