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국 자유무역구, 한국에 위기이자 기회”-이강국 주(駐)시안 총영사

입력 2015-11-15 09:00  

- 경쟁력 키우는 중국, 한국에 주어진 시간 많지 않아
- 정부·정치권은 개혁 나서고, 기업은 기술력 키워 중국시장 공략해야



2013년 9월 29일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가 출범했다. 시진핑호(號)가 취한 가장 중요한 경제개혁 조치이자 제2의 개혁·개방 정책을 알리는 시금석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중국은 개혁·개방정책 실시 이후 30여년간 고도성장을 구가했지만 최근 들어 경제성장률 둔화와 세제 감면, 토지의 염가 제공 등 각종 우대 정책을 통해 투자를 유인하는 정책이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자유무역시험구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또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환대서양동반자협정(TTIP) 등 전 세계 무역 및 투자규범의 재구성 움직임에 대응하려는 것도 중요한 동기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에 미국과 일본 주도하에 합의가 이루어진 TPP에 관해서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략이자 대중국 압박 전략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TPP 참여에 관해 완전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며, 선제적으로 개방하고 혁신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에 이어 제2기 자유무역시험구인 톈진, 광둥, 푸젠 자유무역구가 실시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이달 초 주재한 중앙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 회의에서 '자유무역시험구 실시 가속화에 관한 의견'이 발표됨으로써 제3기 자유무역구 발표 시기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는 최근 '중국 자유무역시험구 현황과 발전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자유무역구에 기업체가 몰려오고 있다”며 “대중국 투자시 자유무역구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자유무역구의 의미는 첫째 제도의 혁신이다. 외자기업 투자에 대해 원칙적으로 자유화하되 예외적으로 금지, 제한하는 내용을 열거하는 '네거티브 리스트'제도를 시행했다. 둘째는 높은 편리성이다. 통관수속 간소화와 무역 편리화 등 다양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이제는 통관 일체화로 발전해 중국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셋째는 혁신 및 개방 확대다. 금융 분야 등에서 혁신 제도 도입과 함께 철옹성처럼 닫혀 있던 서비스 시장을 자유무역구를 통해 열고 있다.

한국이 중국 자유무역구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정답은 아직 없다. 다만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 설립 1주년 시점에서 발표된 20개 혁신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국가 대외문화무역기지(상하이)는 보세전시 거래, 보세경매 및 '선진입, 후통관'(先入區, 後報關) 등 일련의 정책을 선행적으로 시범 적용하고, 예술품 전문 보세창고를 개설해 매출액이 급증했다.

상하이지다유한공사는 시험구와 홍콩에 위안화 종합금융센터를 구축해 자금 회수 및 조달에 있어서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소니물류도 '캐쉬풀링'(cash pooling)을 사용해 본사 외화예금을 총괄 계획하고 적시에 집계해 일률적으로 지불하는 방식을 통해 외화 지불시 발생 가능한 환율 차이와 수수료 등의 원가를 절감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두 혜택이 그냥 주어져 얻어진 것이 아니다. 해당 기업들이 창조적인 의식과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자유무역시험구 제도를 활용함으로써 이룩한 성과 사례다.

자유무역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책과 함께 중국의 새로운 정책 트렌드가 되고 있다. 따라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이 실시되기 전에 자유무역구 내용을 제대로 알고 활용해 나가야 한다.

자유무역구는 무역, 투자, 금융, 서비스, 정부 관리, 사법 제도 등 여러 분야를 광범위 하게 포괄하고 있다. 한 마디로 신경제 정책의 백화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양자 FTA 보다 내용이 훨씬 많다.

특히 중국 스스로가 개방한 정책이다. 자유무역를 이해하고 나아가 실제로 이용한 경험의 바탕에서 FTA를 활용하면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

우리나라 금융 기관들의 적극성도 요구된다. 올해초 시티뱅크, HSBC, 남양상업은행(南洋商業銀行), 스미토모미쓰이은행(三井住友銀行) 등 네 개의 외자은행이 자유무역시험구에서 금융 분야 혁신으로 매우 중요한 자유무역계좌(FT 계좌) 개설 업무 권한을 획득했다.

그러나 한국계 은행은 자유무역시험구에 진출하지 않아 자유무역계좌 개설 업무 권한이 주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들에게 새로운 금융 편리를 제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확보하고 있는 집토끼 고객도 뺏길 가능성도 있다.

자유무역구는 대중국 진출 차원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도 접근해야 한다. 중국에서 밀리면 한국은 희망이 없다. 시진핑호가 진군을 거듭하면서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국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금융, 의료 분야 등에서 제도 개혁과 혁신을 이루고, 기업들은 기술력을 키워 적극적으로 중국 시장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

[이강국 주(駐)시안 총영사는]

이강국 총영사(56)는 외무고시 25기 출신의 정통 외교관이다. 주중국대사관 3년, 주상하이 총영사관은 두 차례에 걸쳐 5년 등 8년 동안 근무했다. 최근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를 통해 경쟁력이 강해지고 있는 중국에 대해 설명하고 한국의 분발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저서 '상하이 자유무역시험구'(북스타)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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