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민 기자 ] 요즘 국내 유통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곳은 이커머스기업 쿠팡이다. 300년 앞을 보면서 예상 성공확률이 70%를 넘어야 투자하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0억달러를 유치한 데 이어 1조5000억원 물류투자, 4만명 일자리 창출의 야심찬 계획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손 회장이 평가한 쿠팡의 기업가치는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로, 국내 1위 대형마트 이마트의 시가총액(5조7700억원)과 맞먹는다. 그가 가장 눈여겨본 쿠팡의 경쟁력은 이른바 ‘로켓배송’이다. 자체 배송인력에 의한 총알배송과 이를 가능케 하는 정교한 물류 시스템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것이다.
쿠팡이 빠르고 친절한 배송이라는 소비자 편의로 평가를 받고 있다면, ‘불편한 쇼핑의 대명사’로 꼽히면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지속하는 곳이 있다. 코스트코다. 제휴를 맺고 있는 한 개 신용카드 외에는 현금결제를 해야 하는 것을 비롯해 연회비, 대용량·묶음판매, 교통·주차난, 복잡한 매장 동선 등 코스트코의 쇼핑 환경은 불편 투성이다. 그럼에도 코스트코코리아는 대형마트 소비자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지난 8월까지 매출이 전년 대비 10% 이상 늘었다. 국내 대형마트들이 3년째 매출 감소에 시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온라인 유망주 쿠팡과 오프라인 강자 코스트코는 외견상 가는 길은 달라 보인다. 그러나 두 기업이 지향하는 핵심 가치에는 큰 공통점이 있다. 코스트코의 창업주 제임스 시네걸 회장에게는 ‘15%룰’이란 원칙이 있다. 상품 판매 이익률이 15%를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상품이 많이 팔려 이익이 더 생길 때는 오히려 판매 가격을 낮추기까지 한다. “15% 이상의 이익을 남기면 탐욕을 추구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소비자가 떠나 기업이 낙오된다”는 게 그의 경영철학이다. 코스트코의 모든 운영 시스템은 이 15%룰을 맞추도록 짜여져 있다. 판매 마진의 상한선을 두는 대신 연회비를 받고, 규모의 경제로 수수료율을 낮추기 위해 카드사 한 곳과만 제휴하며, 다른 유통업체들의 10분의 1 수준인 4000여개 품목만을 파는 대신 회전율은 몇 배로 높인다. 광고에도 비용을 쓰지 않는다.
코스트코가 소비자들에게 제시하는 가치가 ‘좋은 물건을 최대한 싸게 파는 것’이라면, 쿠팡은 ‘싸게 팔면서 빠르고 즐겁게 전달해주는 것’으로 요약된다.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기업은 단순히 소매 유통업체라기보다는 수많은 응용프로그램과 플랫폼으로 작동되는 ‘첨단 기술회사’ 성격이 강하다. 그런 쿠팡에서 ‘히어로’로 불리는 사람들은 자체 배송직원들인 ‘쿠팡맨’이다. 창업 초기 직원이 200명뿐이었을 때도 콜센터 직원을 100명이나 둘 정도로 소비자 불만에 민감한 김범석 쿠팡 대표는 쿠팡맨이 소비자에게 배송하는 과정을 ‘진실의 순간’이라고 부른다.
15%룰과 진실의 순간은 소비자에게 남다른 가치를 제공하겠다는 다짐의 표현이다. 오프라인 시대든, 온라인 시대든 소비자 충성도를 확보하는 기업이 승자가 될 것이란 진리에는 변함이 없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말이 명쾌하다. “우리에게 돈을 지급해주는 사람은 경쟁자가 아니라 고객이다. 따라서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사람도 경쟁자가 아니라 고객이다.”
윤성민 생활경제부장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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