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일단 지르고 보자" 최고가 써낸 빌딩 계약…핫딜이 헛딜로

입력 2015-11-15 19:28   수정 2015-11-16 13:17

무리하게 써낸 가격이 화근

코람코, 투자자 모집 실패 …나라종금빌딩 계약 깨져
미래에셋운용·아센다스도 몇달째 자금 마련 난항



[ 이현진 기자 ] ▶마켓인사이트 11월15일 오후 4시5분

국내 오피스(업무용)빌딩 시장이 과열되면서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경고가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높은 가격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운용사들이 투자자 모집에 실패해 거래가 깨지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코람코자산신탁이 약 2100억원(3.3㎡당 2200만원)에 매입하기로 한 서울 서초동 나라종금빌딩 매각이 최근 무산됐다. 매도 측인 M&G리얼이스테이트는 코람코자산신탁이 입찰 당시 낸 이행보증금을 돌려주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코람코자산신탁이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했다”며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며 매도 측과 매매계약 시점 등을 조율하지 못해 매각이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서울 종로 플레이스빌딩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아센다스는 지분투자분 1075억원을 모집하지 못해 결국 자기자본 250억원으로 适렉隙?메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860억원에 사들이기로 한 서울 다동 대우조선해양 사옥 역시 투자자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빌딩의 주요 임차인인 대우조선해양의 신용도가 낮은 상황에서 지분투자를 하기에는 위험하다고 판단해 투자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기관들이 국내 오피스빌딩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가격이다. 지난달 거래된 서울 역삼동 캐피탈타워는 국내 오피스빌딩 역대 최고 매각가(3.3㎠당 275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남산스테이트타워(3.3㎡당 2500만원)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오피스빌딩 가격이 치솟으며 기관들이 요구하는 투자수익률을 맞추기가 어려워졌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국내 오피스빌딩의 지분투자 수익률은 연 4%를 조금 넘는데 그나마 공실이 날 위험이 크다”며 “미국 맨해튼에 장기 임차인을 갖고 있는 연 수익률 5% 빌딩도 많은데 국내 오피스빌딩에 투자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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