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8㎞ 서킷 30바퀴 돌며 엔진·브레이크·코너링 성능 검증
"에쿠스보다 안정성 더 뛰어나"
내달 국내 출시 후 북미 등 공략
[ 박준동 기자 ]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서쪽으로 170㎞가량 떨어진 소도시 뉘르부르크. 이곳에 자리잡은 자동차 서킷이라는 뜻의 뉘르부르크링에선 제네시스 EQ900(이하 EQ900)에 대한 마지막 담금질이 한창이었다. 기자가 찾은 지난 13일에도 전문 드라이버들이 제네시스의 플래그십(대표모델)인 EQ900을 몰고 서킷을 질주하며 최종 점검을 진행 중이었다.
◆극한 테스트 거치는 EQ900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뉘르부르크링의 별명은 ‘녹색지옥(green hell)’이다. 적잖은 전문 드라이버들의 목숨을 앗아간 곳이어서다. 서킷의 길이는 20.8㎞지만 유럽에서 마주칠 수 있는 극한의 도로 상황을 한곳에 집결시켜놓았다.
우선 급커브가 73개나 된다. 이곳을 최소 130㎞/L 속도로 통과하면서 엔진, 브레이크, 스티어링휠, 코너링 성능 등을 점검한다. 직선 구간은 200㎞ 이상의 시속으로 달린다. 여기에다 급한 오르막과 내리막을 섞 爭畢? 자칫 방심하다간 치명적인 사고가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곳이다.
EQ900은 이곳을 하루에 30바퀴씩 돌고 있다. 624㎞로 서울에서 광주를 왕복하는 거리보다 더 길다. 하루 30바퀴를 돌고 나면 타이어와 디스크, 패드를 매일 교체해야 한다. 엔진오일도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5000~1만㎞마다 교환하지만 이곳에선 이틀에 한 번 교환한다. 이곳에서의 1만㎞는 일반도로 18만㎞를 달리는 것과 같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대우 현대자동차 유럽기술연구소 차장은 “벤츠 BMW 포르쉐 등 세계 유수 자동차업체는 양산 모델을 내놓기 전에 반드시 이곳을 거친다”며 “EQ900을 다음달 내놓기 전 최고의 주행성능과 내구성을 검증하는 마지막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명차에 뒤질 게 없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를 고급차 브랜드로 독립시킬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는 2세대 제네시스의 성공이었다. 2013년 출시된 2세대 제네시스는 2008년 나온 1세대 제네시스보다 성능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차체를 단단하게 제작했으며 전자제어식 4륜구동 시스템인 ‘HTRAC’를 처음으로 적용해 안정적인 드라이빙이 가능하도록 했다. 그 결과 2014년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 충돌 테스트에서 전 항목 만점을 받았다. 지난해 캐나다, 2015년 러시아에서 ‘올해의 차’에 선정됐다.
현대차는 EQ900이 기존 에쿠스나 2세대 제네시스를 뛰어넘어 독일 고급차와 같은 수준의 평가를 받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기존 에쿠스의 2개 모델(람다 3.8 V6 엔진, 타우 5.0 V8 엔진)에 람다 3.3 V6 터보 엔진 모델을 煞′杉? 이를 통해 강력한 동력 성능과 빠른 반응, 연비 효율까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EQ900이 에쿠스보다 안정성이 더 뛰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IIHS의 안전 평가에서 에쿠스의 TSP보다 높은 TSP+ 등급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EQ900이 당초 목표로 했던 독일 고급차 수준의 성능을 확보한 것으로 자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Q900은 다음달 국내에서 먼저 출시되며 이후 북미, 중동 등지로 진출한다.
뉘르부르크(독일)=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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