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감소·유가하락에 수익 악화…정부도 구조조정 유도
[ 도쿄=서정환 기자 ] 일본 정유업계의 재편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일본 정유업계 2위인 이데미쓰고산과 5위인 쇼와셸석유가 지난 12일 합병을 발표한 데 이어 최대 기업인 JX홀딩스와 도넨제너럴석유(3위)도 경영통합을 위한 협상에 들어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일본 내 인구 감소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가 산업경쟁력강화법을 통해 구조조정을 촉구한 데 따른 결과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JX홀딩스, 경영통합 제안
이 신문에 따르면 일본 최대 정유사인 JX닛코일본석유에너지를 산하에 둔 JX홀딩스는 연내 도넨제너럴과 경영통합을 위한 기본 합의를 목표로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다. 경영통합이란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해 피인수 회사가 없어지는 합병과 달리 공동으로 새로운 지주회사를 설립해 그 아래 두 회사를 공동경영하는 것을 말한다. 경영통합은 상호 주식교환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들 두 회사의 경영통합이 성사되면 일본 내 휘발유 시장점유율이 53%를 넘는 거대 기업이 나온다. 2014회계연도 기준 양사 매출합계는 약 14조3000억엔으로, 擥느?추진 중인 이데미쓰고산과 쇼와셸(약 7조6000억엔)의 두 배에 가깝다. 주유소 수는 1만4000개로 전체의 40%에 이른다. 두 회사는 경영통합 후 과잉설비 해소에 나설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JX홀딩스는 일본 내 7개, 도넨제너럴은 4개 정유공장을 가동 중이다.
○20년 새 주유소 45% 감소
일본 정유업계 재편은 인구 감소로 시장 규모가 축소되면서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1990년대만 해도 10여개 정유회사가 경쟁했지만 이후 합종연횡이 이어져왔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일본 내 주유소 수는 1995년 3월 말 6만421개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3만3510개로, 가장 많을 때보다 2만6911개(45%) 줄었다.
하지만 일본 정유업계의 수익성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국제유가가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 3분기 평균 배럴당 50달러로, 전년 동기(101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했다. 3월 결산인 JX홀딩스는 올 상반기(4~9월) 450억엔의 순손실을 냈다. 2010년 신일본석유와 신닛코홀딩스가 합병해 JX홀딩스가 출범한 이후 첫 적자였다. 도넨제너럴(12월 결산)도 올해 3분기까지 누적 16억엔의 순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지난해 6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2017년 3월 말까지 정유업계에 과잉설비를 해소하도록 요구한 것도 이번 협상 개시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는 작년 1월 시행한 산업경쟁력강화법에 따라 제품 시황을 점검하고 공급 과잉을 겪는 업종을 공표해 업계 재 資?유도하고 있다.
JX홀딩스와 도넨제너럴의 통합이 실현되면 이데미쓰고산·쇼와셸 합병기업과 업계 4위인 코스모에너지홀딩스 등 ‘3강 체제’를 이룰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수요 감소로 합종연횡이 계속된 일본 정유업계 재편이 최종 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두 회사 간 통합법인의 일본 내 휘발유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 공정거래위원회의 통합 허용 여부를 기다려야 한다. 도넨제너럴 사내에서는 덩치가 세 배가량 큰 JX홀딩스에 흡수합병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통합에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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