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폭 하락…독일·영국은 상승 마감
EU 최대 교역국인 중국 상하이지수도 올라
안전자산 달러·엔화 강세…유가 소폭 상승
[ 뉴욕=이심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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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를 덮친 테러의 충격에도 유럽과 아시아 증시는 비교적 안정된 흐름을 보였다. 파리 테러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였다. 국제유가도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중동 정세 악화보다는 원유의 수요와 공급이라는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아시아 증시 예상보다 차분
파리 테러 이후 처음 문을 연 프랑스 등 유럽 증시는 16일 소폭 하락한 채 출발했으나 영국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나타냈다.
프랑스 CAC40 지수는 0.08% 내린 4804.31로 마감했다. 독일 DAX 지수는 0.05% 오른 10,713.23으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 FTSE100 지수는 0.46% 오른 6146.38을 기록했다.
아시아 각국 증시도 당초 예상과 달리 큰 충격을 받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이번 사태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오히려 0.73% 오른 3606.96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1.04% 하락한 19,393.69에 마감했다. 하지만 파리 테러보다는 이날 발표된 3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두 분기 연속 감소한 여파가 더 컸다. 호주와 뉴질랜드 증시도 각각 1.36%와 1.17% 하락했지만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의 여파가 더 컸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다만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1.53% 하락한 1943.02로 마감해 비교적 큰 폭으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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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2001년 9·11 테러 당시 세계주가(MSCI월드인덱스 기준)는 8영업일간 12.2% 폭락했지만 주요 7개국(G7)이 1200억달러의 긴급 유동성을 공급하고 미국 등이 금리인하에 나서면서 30일 만인 10월23일에 사건 발생 전 주가 수준을 회복했다.
○원·달러 환율 10원30전 급등
국제원유시장에도 큰 동요는 없었다. 프랑스가 이번 테러를 주도한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근거지에 15일 밤 공습을 감행하면서 중동정세가 급박하게 돌아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됐지만 유가 상승폭은 미미했다. 지난주 배럴당 40.74달러까지 떨어졌던 서부텍사스원유(WTI) 12월 선물가격은 이날 0.7% 오른 41.06달러에 거래됐다. 북해산 브렌트유도 1.0% 오른 44.98달러에 거래됐다.
외신은 유가가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보다는 시장 펀더멘털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며 글로벌 성장 둔화에도 원유 생산이 줄지 않아 저유가가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 약세와 함께 안전자산인 미 달러화와 일본 엔화 가치가 상승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유로화 가치는 0.49% 하락한 1.072달러에 거래됐고, 안전자산인 일본 엔화에 대해서도 0.58% 떨어졌다. 파리 테러 여파에다 다음달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양적 완화를 시행하면 유로화 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JP모간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다음달 기준금리 인상 영향까지 감안할 때 적어도 내년 중반까지는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영향으로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0원30전 급등(원화가치 하락)한 달러당 1174원10전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달러당 1170원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달 5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금융시장에 큰 충격은 없었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소비 위축은 글로벌 경기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도 관광객 급감과 테러의 타깃이 된 공연 등 문화이벤트에 대한 지출이 줄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내구재 등 개인소비지출이 수개월간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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