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억원 재산 KAIST에 기부한 70대 부부 "오늘은 머리로 자식을 얻은 가장 행복한 날"

입력 2015-11-16 18:25  

이승웅·조정자 씨 부부

다 쓰고 갈수는 없는 재산…과학 인재 양성에 써달라



[ 박근태 기자 ]
70대 부부 독지가가 평생을 모은 재산 75억원을 KAIST에 발전기금으로 내놨다.

KAIST는 16일 경기 의정부시에 사는 이승웅(74) 조정자(72) 씨 부부가 “나라를 부강하게 하는 과학 인재를 양성해달라”며 75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기부했다고 발표했다. 부부가 이번에 기부한 재산은 서울 성북구와 의정부시 상가 등 3건이다. 이씨 부부는 아끼는 것이 최고라 생각하며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이씨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배달, 구멍가게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고 했다. “하루하루 푼푼이 모았습니다. 어디 가서 술 한잔 먹고 싶을 때도 참고 아꼈죠.”

그런 남편 곁을 지킨 아내 조씨 역시 검소한 습관이 자연스레 몸에 뱄다. “처음 결혼해서 남편이 지나치다 싶어 흉을 봤습니다. 하지만 저도 어느새 닮아가더라고요. 닭고기값 500원을 아끼려고 시장 곳곳을 돌아다녔습니다. 얼마인지 묻고만 다니니까 제일 싼 가게에서 저에게는 더는 안 팔겠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황혼의 나이에 재혼한 부부는 가진 것을 모두 사회에 되돌려주자고 다짐하곤 했다. 이씨는 “알뜰히 아끼고 아껴 모은 재산이지만 저희가 다 쓰고 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했다.

조씨는 “자식에게 유산을 물려주는 것도 좋지만 나라를 위해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값진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당초 양로원이나 소년소녀 가장에게 기부하려 했다. 하지만 아내 조씨는 오히려 가난을 없애고 나라를 부강하게 할 인재 양성에 기부하자고 제안했고 과학 인재를 양성하는 KAIST를 떠올렸다고 한다. 아무런 연고는 없지만 올봄 기부를 결심하게 됐다. 조씨는 이날 오후 KAIST에서 열린 발전기금 약정식에서 벅차오르는 감동을 숨기지 못했다. “남편은 약속을 철칙으로 알고 사는 사람입니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제 인생에 가장 기쁘고 행복한 날입니다. 비록 자식은 없지만 오늘 머리로 자식을 얻게 됐습니다.”

KAIST는 이날 노부부를 위해 새 운동화를 준비했다. 수십억원대 자산가면서도 해지고 떨어진 운동화를 몇 번이나 고쳐 신은 부부를 위한 작은 선물이다. 강성모 총장은 “평생 모은 재산을 흔쾌히 기부해준 부부의 결정에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기부자의 기대를 학교 발전의 동력으로 삼아 세계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겠다”고 말했다. 부부의 재산은 사후에 발전기금에 기부되는 유증(遺贈)방식이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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