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선택에 달린 '문재인 대표 운명'

입력 2015-11-17 18:44  

계파 갈등 풀 열쇠 쥔 안철수

혁신 앞세워 비주류 수장 부상
'중대 결단' 압박…몸값 높이기

문재인 '안·박과 연대' 승부수

중진 등 연대 제의에 긍정적
안철수가 거부하면 사퇴 가능성



[ 손성태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내에서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 통합을 이루고 새정치연합 계파 갈등을 치유할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문재인 대표와 혁신 문제 등을 놓고 뚜렷한 대립각을 세우면서 당내 비주류 수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당내외 퇴진압박을 받고 있는 문 대표뿐만 아니라 비주류, 중도파, 당을 떠난 신당파까지 그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문 대표와 연대하라고 요구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가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대표직 사퇴 여부를 포함한 문 대표의 정치적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안 전 대표는 17일 기자를 만나 여러 계파와의 연대설에 대해 “당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전제를 깔았다. 연대에 일단 부정적이지만 지금까지 그의 발언 내용을 살펴볼 때 탈당을 제외하곤 각 계파와의 연대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은 것으로 관측된다.

“조만간 중대발표가 있을 것”이란 얘기도 측근들로부터 흘러나온다. 예전과 달리 연대나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2011년 서울시장과 2012년 대선 후보 양보, 2014년 신당 포기 후 합당까지 ‘들러리’만 섰다는 피해의식이 있을 것”이라며 “여러 번의 학습효과로 연대 이후 상황을 꼼꼼하게 그려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중도성향 중진급 8인 인사의 모임인 ‘통합행동’은 ‘문안(文-安)연대’를 구심점으로 ‘세대혁신 비상기구’를 구성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당내 통합과 혁신, 범야권 통합을 위한 실질적인 출발점을 마련해야 한다”며 연대 후 통합전당대회나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등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민주당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과 ‘정치혁신을 위한 2020’ 등 비주류도 문 대표 퇴진 뒤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들 내부에서도 현실적 대안으로 ‘문안연대’가 주도하는 조기 선거대책위원회를 꾸리는 것을 더 수긍하는 분위기다.

문 대표도 당 안팎의 연대 제의를 적극 수용하려 하고 있다. 문제는 안 전 대표가 수긍할 만한 ‘연대카드’를 제시할 수 있느냐다.

안 전 대표는 자신이 제시한 당내 부패 척결과 낡은 진보 청산을 위한 10개 혁신안을 선결 요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는 이날 “지금 선거(체제)에 돌입하자 저한테 어떤 자리를 준다든지 하는 건 완전히 본질에서 벗어난 주장”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와의 연대 조건이 혁신안 수용이냐’는 질문에 “제가 무슨 자리를 얻고자 (혁신을) 주장했던 게 아니다”고 말했다.

2012년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의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현재로선 둘의 연대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끊이지 않은 당내 계파 갈등을 봉합하려는 문 대표나 이제 비주류 수장으로 대접받는 안 전 대표로선 이번 연대가 대권가도에 올라탈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당 관계자는 “당 혁신에 대한 둘의 인식은 본질적으로 같다”며 “당이 안정되면 정풍운동에 가까운 안철수의 혁신안을 문 대표가 못 받을 이유가 뭐냐”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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