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Biz] 3개월 만에 '님'에서 '남'돼도 혼수비 반환 불가

입력 2015-11-17 19:05  

판결문으로 보는 세상

"예단·예물비용 돌려달라"…남편·아내, 각각 손해배상 청구

법원은 "반환대상 아니다" 기각…"혼인불성립 때만 예외적 인정"



[ 김인선 기자 ] 동화는 “왕자와 공주는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이 난다. 반면 현실 속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는 결혼 후 새로운 장이 시작된다. 지난해 결혼한 최모씨와 이모씨는 식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들의 이야기가 왕자와 공주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다.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신혼여행지에서였다. “호텔에만 있으려고 미국까지 왔어? 신혼여행에 쓴 돈이 거의 1000만원인데 되도록 많이 보고 가야지.”

이씨는 남편 최씨가 못마땅했다. 비싼 돈을 들여 여행을 왔는데 피곤하다며 일정을 자꾸 줄였기 때문이다. 최씨의 공격적인 말투에도 상처를 받았다. ‘연애할 때 만났던 그 남자 맞나?’ 싶을 정도였다. 배려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었다. 말다툼이 잦아졌다. 최씨도 불만이 많았다. 아내의 요구사항이 너무 까다로웠다.

두 사람은 서울에 돌아와서도 자주 삐거덕거렸다. 올초 설 연휴에 사달이 났다. 최씨는 아내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여보, 첫 명절이니 본가에 먼저 가서 어머니 좀 도와드려.” 그날 밤 두 사람은 큰 소리를 내며 싸움을 했다. “낯선 시댁에 나 혼자 가라는 게 말이 돼?” “같이 가고 싶어도 일이 바쁘니까 그렇지. 며칠인데 그것도 못해?” 최씨는 언성을 높이다 홧김에 이씨를 폭행했다. 이 일로 이씨는 3주간 병원 신세를 졌다. 최씨는 혼자 본가에 갔다. “어머니, 저 이혼해야겠어요.” 연휴가 끝난 뒤에도 최씨는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이씨는 너무나 억울했다. ‘결혼 3개월 만에 파경이라니…’ 더군다나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남편 탓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씨는 가사전문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오랜 상담 끝에 최씨를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거기에 더해 혼인생활을 3개월밖에 하지 않아 혼인이 없었던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예물, 예단, 혼수, 결혼식 비용, 신혼집 인테리어 비용 등을 모두 반환받는 소송을 함께 제기하기로 했다. 이씨는 계산기를 두드려봤다. ‘예물과 혼수에 8000만원, 시어머니 샤넬 명품가방 등 예단에 1000만원, 이바지음식과 예식비 등 결혼비용에 3000만원, 집 인테리어 비용 1000만원. 총계 1억3000만원.’ 이씨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보기로 했다.

◆법원의 판단은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5월 이씨가 최씨를 상대로 낸 이혼 및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최씨는 이씨에게 위자료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씨와 최씨가 각각 제기한 예단·예물 반환 청구는 받아湧訣?않았다. 재판부는 “예단·예물은 두 사람의 혼인이 성립하고 상당 기간 지속함으로써 상대방의 소유로 귀속됐으므로 반환 내지 가액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최씨가 청구한 결혼식 비용, 혼수 및 신혼집 인테리어 비용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역시 기각됐다. 서울가정법원의 한 판사는 “혼인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결혼식 비용이나 예단·예물 등은 반환 청구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약혼 상태에서 파혼했거나 사실혼 관계에서 아주 단기간에 파탄난 경우 등 특별한 때에만 예단·예물 비용의 일부를 반환하라고 판결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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