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검도 사범, ‘2대째 BBQ’ 선택한 이유는?

입력 2015-11-18 15:47  



올해 30세의 박인선 씨는 젊은 나이에 쓰라린 실패를 겪었다. 갑자기 찾아온 부상은 검도 4단 사범의 손에서 검을 앗아갔다. 평생 운동에만 전념했던 박 씨에게 사회는 전쟁터였다. 그런 그가 찾아낸 두 번째 검이 바로 BBQ였다.

그에게 두 번째 길을 찾아 준 조력자는 바로 아버지였다. 천안에서 BBQ를 17년이나 운영해 온 아버지. 그는 아버지의 가게에서 재기의 기틀을 다졌다. 아버지의 조언을 받고 제네시스 치킨대학의 수료생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BBQ 천안두정점의 어엿한 사장님으로 돌아와 아버지 곁에 섰다.

창업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자금 문제가 가장 컸다. 예상치 못한 부상은 그나마 남아있던 여유 자금도 잃게 만들었다. 다행히도 윤홍근 회장과의 면담을 통해 8000만원의 투자비 중 4000만원을 분할 납부하기로 약속하고 영업을 시작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원은 최소한으로 쓰고 아내와 둘이서 교대로 근무했다. 지금도 그는 하루의 절반을 매장에서 보낸다.

박 씨의 매장이 위치한 곳은 오피스와 아파트 상권이 중첩된 대로의 이면도로. ‘홀 경쟁력’을 고려해 결정한 입지다. 경쟁 브랜드인 교촌, 굽네 등의 매장들이 즐비한 이 상권을 잡기 위해 박 씨는 1인가구용 ‘만원메뉴’를 고안해냈다. BBQ라는 브랜드에만 기대지 않고 상권 특성에 맞는 메뉴를 고민한 결과다. 박 씨의 만원메뉴는 이제 매장의 주력 상품이다.

가게 오픈 후 처음 맞은 고객이 대단지 아파트 부녀회원이던 것은 노력에 더해진 행운이었다. 첫 고객을 각별히 챙기던 박인선 점주의 성실성에 감명 받은 그 고객의 소개로 손님들이 알음알음 찾아왔다. 손님이 찾아온다고 안주하지 않았다. 주변 사무실에 신제품 ‘꼬꼬팝’을 맛보여주며 가게를 알렸고 메신저와 SNS, SMS 등 본사가 시행하는 모든 프로모션에 성실히 동참했다. 매장을 오픈한 지 6개월여, 제법 빠른 속도로 매장이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

그는 체육인 출신이다. 행운이라는 것은 땀을 흘리는 자에게만 찾아온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박 씨는 가게가 안정기에 접어들면 오랫동안 중단했던 운동도 다시 시작해볼 마음을 먹고 있다. 한 때는 포기했던 꿈이다.

“여유를 조금 되찾으면 오전에는 운동을 다시 시작해볼 생각입니다. 체력이 뒷받침돼야 공부도 잘하고 일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아직은 오픈 초기라 여력이 없어 가게와 집만 오가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틈틈이 노후준비도 하고 있다. 이 추세면 분할 납부를 약속한 4000만원도 금방 상환할 자신이 있다고 말한다. 한 때 무도의 길을 걷던 전직 검도인은 이제 아버지가 걷던 길을 따라 걷고 있다.

“17년 동안 한 곳을 지키신 아버지처럼, 저도 한 자리에서 아버지보다 더 오래 BBQ를 운영하고 싶습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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