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창문에서 TV가'…건물·차유리 등 어디서나 시청 가능

입력 2015-11-18 17:51  

'투명TV 시대'가 온다

공간 활용 혁명적 변화
거실 '검은 상자' 사라져
투명 디스플레이 형태 TV, 집안 어디든지 설치 가능
비싼 가격이 대중화 걸림돌



[ 남윤선 기자 ]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본다. 창문에는 오후 날씨와 주요 뉴스가 뜬다. 뉴스를 훑어본 뒤 리모컨을 누르자 창문이 대형 TV로 바뀐다. 이르면 2017년부터 선보일 ‘투명 TV’가 진화했을 때 그릴 수 있는 장면이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10년 안에 집안 창문이 TV를 겸한 각종 정보 제공 수단으로 쓰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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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활용의 혁신적 진화

TV는 1900년대 초반 브라운관으로 시작됐다. 화면은 배불뚝이 같고 크기도 컸다. 화면 뒤에서 전자 빔을 쏘는 방식이어서 두꺼울 수밖에 없었다. TV 두께를 혁신적으로 줄인 것은 액정표시장치(LCD) 개발이었다. 유리기판 뒤에 작은 전구들로 구성된 백라이트만 있으면 화면을 만들 수 있었다. 지금 가장 얇은 LCD TV의 두께는 10㎜ 정도다. LG전자는 최근 백라이트가 아예 없는 OLED TV를 내놨다. 두께는 4㎜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LCD TV가 충분히 얇아진 상태여서 큰 차별화 포인트가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투명 TV는 기존 제품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제껏 TV는 브라운관이든 LCD든 모두 화면이 검었다. 하지만 투명 디스플레이는 화면 뒤쪽이 선명하게 보인다.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다. 벽에 붙이는 형태가 대표적이다. 평소에는 TV가 있는지 없는지 구분이 잘 안 되지만, 켜면 화면이 나오는 형태다.

투명 TV가 기존 TV를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기존 TV만큼의 화질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55인치 가격이 5000달러가 넘을 만큼 비싼 가격도 대중화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등이 기존 TV와 같은 형태이면서 화면만 투명한 제품을 내놓는다고 하더라도 대량 생산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부 고급 호텔 등에서 인테리어용으로 투명 TV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정도다.

그런데도 투명 디스플레이를 꾸준히 개발하는 까닭은 그만큼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집안에서 투명 디스플레이로 창문을 만들어 TV로 활용할 수 있다. 이 경우 기존 TV의 개념이 사라진다. 상업용으로는 활용도가 더 높다. 차 유리창을 투명 디스플레이로 대체할 수 있다. 차 안에서 TV를 보고 각종 업무도 처리할 수 있다. 동물원에서 동물을 보는 동시에 투명한 창에 각종 설명을 띄우는 것도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투명 디스플레이 시장이 단기간에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한국 업체들이 2018년부터 투명 OLED를 본격적으로 양산하기 시작해 2022년엔 776억달러(약 90조8000억원)어치를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종잇장 같이 얇은 TV도 가능

투명 디스플레이가 가능해진 것은 OLED 덕분이다. OLED는 백라이트가 없고 대신 색을 내는 촘촘한 입자들이 발라져 있다. 화면 뒤에 복잡한 부품이 없어 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

아주 얇게 제작할 수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가전전시회 IFA에서 1㎜ 두께의 ‘페이퍼슬림’ OLED를 선보였다. 돌돌 말 수도 있다. 최종 진화는 투명 TV를 돌돌 말아서 들고 다니는 형태가 될 수 있다. 들고 다니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을 때 디스플레이를 대면 그 상품의 가격이나 정보가 나온다. 언제든 TV를 보거나 웹서핑도 할 수 있다.

아직까지 세계에서 OLED를 양산하고 있는 곳은 한국의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밖에 없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이사는 “중국은 LCD를 한국보다 싸게 제작하고 있다”며 “OLED를 활용한 다양한 기술로 추격을 따돌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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