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재건축 딜레마'에 빠진 서울시

입력 2015-11-19 18:17  

홍선표 건설부동산부 기자 rickey@hankyung.com


[ 홍선표 기자 ] “서울시가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 경관 심사를 엄격하게 하면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조합원이 많습니다.”(한남뉴타운 조합 임원)

최근 서울시와 강남·서초·용산구 도시계획 관련 부서에 재건축·재개발조합 조합원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시가 지난달 내놓은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의 지구별 가이드라인의 세부 내용을 묻는 전화다. 조합원들은 북한산 남산 관악산 등 시내 주요 산의 경관 보전을 위해 새롭게 들어서는 아파트의 최고 높이를 조절하겠다는 서울시 방침으로 재건축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아파트 최고 높이가 달라지면 주어진 건축물 용적률을 모두 챙기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빡빡한 동 간 거리, 기형적인 설계 등으로 단지 가치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한강변 관리 기본계획의 핵심은 한강의 공공성 확보다. 한강은 도로 등으로 시민과 단절돼 있다. 한강변 고층 아파트에 사는 주민만 한강 조망권을 독점한다는 비판도 많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남·반포·압구정 등 27개 지구별로 인근 지하철역에서 한강 둔치로 바로 이어지는 공공보행로를 마련하고,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위에 덮개공원을 조성해 접근성을 높이기로 했다. 또 산을 가릴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구역에선 아파트 높이를 낮춰 단지 밖 주민들이 기존처럼 산 조망권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높이 규제에 대한 서울시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최고층수를 45층으로 높이겠다는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요청을 거절했다.

서울시가 한강 공공성 확보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한강변 아파트의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 활성화가 필수다. 공공보행로와 덮개공원 등 시설들 대부분이 재건축 사업의 기부채납금(공공기여금)을 재원으로 건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 조망 보호를 위해 높이 규제를 하면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불가능해지거나 지연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누구나 편하게 한강 정취를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서울시 목표는 공허한 말잔치에 그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서울시가 이번에 한강변의 공공성 확대와 재건축·재개발 사업 활성화라는 목표를 어떻게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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