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용, 세상의 모든 칼라스를 위하여
볼테르 지음 / 김계영 옮김 / 옴므리브르 / 288쪽 / 1만4000원
[ 송태형 기자 ] 1762년 프랑스 남부 툴루즈에서 신교도라는 이유로 변호사의 꿈을 이루지 못한 한 청년이 목을 매 자살했다. 현장에 모여든 사람 중 한 명이 “이 청년이 가톨릭으로 개종하려 하자 가족이 뜻을 모아 그를 살해했다”고 소리쳤다. 근거 없는 소문과 의구심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고 툴루즈 법원은 여론에 휩쓸려 청년의 가족을 체포했다. 재판관들은 증거가 불충분한데도 청년의 아버지 장 칼라스에게 수레바퀴에 매달아 죽을 때까지 매질과 고문을 하는 형을 집행했다.
칼라스 가족으로부터 사건의 자초지종을 듣고 분개한 볼테르(1694~1778년)는 재심을 위한 투쟁에 들어갔다.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여론을 움직였으며 고위 인사들을 설득했다. 3년간의 투쟁 끝에 결국 재심이 이뤄졌고, 칼라스는 복권됐다.
《관용, 세상의 모든 칼라스를 위하여》는 볼테르가 투쟁 수단으로 광신과 편협함으로 억울하게 죽은 칼라스의 무죄를 세상에 알리고 관용의 가치를 설파하기 위해 쓴 책이다. 원제는 ‘관용에 대한 개론(Traite sur la tolerance)’으로 칼라스 처형 사건이 발생한 이듬해인 1763년 출간됐다.
볼테르는 먼저 칼라스 사건의 증거 부족과 판결의 모순을 낱낱이 지적한다. 그는 사건의 본질이 당시 프랑스 사회에 만연한 종교적 편협함과 맹신에 있다고 생각했다. 구교도의 맹목적인 신앙과 신교도에 품고 있던 불신 및 증오 때문에 칼라스의 비극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볼테르는 종교적 관용의 역사를 고찰한다. 종교개혁과 종교전쟁이 벌어진 16세기부터 시작해 고대 그리스와 로마, 유대인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며 박해에 대한 거짓 신화를 파헤치고, 차이와 다름을 포용하고 인정한 사회의 모습을 제시한다.
볼테르는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 관용을 강조한다. “자신의 의견과 같지 않다는 이유로 자기 형제를 박해하는 사람은 괴물”이며 “가장 위험한 맹신은 자신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이웃을 미워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다. ‘다름’을 빌미로 온갖 잔인한 폭력과 살인을 초래하는 편협함을 치유하는 데 필요한 것이 관용의 정신이다. 그는 “다른 의견을 너그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나약하고 불완전한 존재인 우리 자신의 한계를 인정해야 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종교적·이념적 차이로 반목과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가치인 관용의 의미를 일깨워 준다. 이익재 교보문고 상품기획자(MD)는 “종교적 편협함으로 억울하게 희생되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는 볼테르의 인간애가 담긴 책”이라며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의 정신을 배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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