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상 기자 ] 다음달 말 베이징에서 출발하는 4박5일 서울 패키지여행 상품을 중국의 한 온라인 여행사는 1899위안(약 34만4300원)에 팔고 있다. 이 상품으로 이용하는 아시아나항공 베이징~서울 왕복항공료 최저가 2061위안(약 37만3700원)보다 싸다. 하지만 공짜는 없는 법이다. 여행 기간 중 순수 관광시간은 580분. 면세점을 비롯해 김, 인삼, 허브, 화장품, 기념품 가게 등을 도는 시간이 총 440분으로 순수 관광 시간 대비 75%를 넘는다.
국내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서울 4박5일 상품의 경우 왕복항공료와 숙식, 교통, 관광지 입장료 등의 지상비를 합쳐 최소 45만원은 받아야 그나마 본전”이라며 “그 이하로 파는 상품은 거의 손해를 보고 파는 저가 상품이어서 무리하게 쇼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여행업협회(KATA)가 한국갤럽을 통해 실시한 ‘방한 중국 인바운드 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인두세’를 주고 여행객을 데려오는 여행사는 전체 중국 전담 여행사의 17.9%에 달했다. 숙박비 등을 포함한 필수경비를 한 푼도 받지 않는 비율(25.4%)까지 합하면 43.3%의 중국 전담 여행사가 이익을 포기한 ‘깡통거래’를 하는 셈이다. 또한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여행업체 300곳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 원가 이하로 중국인 관광객(요우커)을 유치한 경우 손실분을 메우는 방법’을 조사한 결과 ‘쇼핑·선택관광 확대’가 54.8%로 가장 많았다.
저가 여행상품은 한국 관광산업을 갉아먹는 암적 존재다. 지난해 일본관광청 발표를 보면 요우커의 일본 관광 만족도는 ‘매우 만족’이 41.2%였다. ‘반드시 다시 오겠다’는 응답도 54.6%로 절반을 넘었다. 반면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요우커의 한국 관광 만족도는 ‘매우 만족’이 19.5%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 평균치(30.6%)를 밑돌았다. 재방문 의향을 물은 결과 ‘매우 그렇다’는 응답은 14.7%에 불과했다.
요우커 대상의 초저가 관광상품이 성행하는 건 요우커 비중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방한한 요우커는 501만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1096만명)의 45.7%다. 여행사 간 유치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돈을 주고 요우커를 사오는 기형적 영업 형태까지 나타났다.
일본에도 요우커 폭증에 따른 경쟁 심화로 인두세 문제가 있지만 한국처럼 심하지는 않다. 지난달까지 일본을 방문한 요우커 비중은 전체의 26.3%다. 방일 한국인(19.8%), 대만인(19.1%) 비중과 큰 차이가 없다. 한국처럼 웃돈까지 줘가면서 요우커에만 매달릴 필요가 없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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