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 좋아 천체물리학 공부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 찾아 최고가 된다는 자세로 매진을
[ 이미아 기자 ] “‘천재’란 건 누군가의 사후 업적을 평가할 때 쓰는 말이죠. 그러니 저는 천재가 아닙니다. 제가 좋아하는 천체물리학이란 분야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뿐입니다.”
내년 2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UST) 천문우주과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졸업하며 국내 최연소 박사가 될 예정인 송유근 군(18·사진)은 지난 21일 경기 과천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열린 과학영재아카데미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 행사는 전·현직 과학 기술·행정 전문가 단체인 과우회 주최로 국내에서 영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 및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열렸다.
송군은 학생들에게 “여러분은 지금 좋아하고 있는 것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으며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걸 찾아 거기에 매진해 최고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우주의 운명이 궁금했고, 그걸 알고 싶어 찾게 된 분야가 천체물리학이었다”고 말했다. “공부하다 힘들 땐 음악이나 운동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어요. 그리고 다시 열심히 연구에 빠져들죠. 사람들이 제게 ‘천재 소년’이라고 하는데 조금 부담감이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건 그만큼 제가 뭔가 성과를 이루길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주요 테마는 ‘과학영재대학’ 설립 추진을 위한 의견 교환이었다. 송군의 지도교수인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KASI) 연구위원과 조용승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현재 월반이 사실상 불가능한 학제 체계와 폐쇄적인 대학 시스템에선 어린 과학 영재들을 제대로 길러내기 어렵다”며 “장기간 책임감 있게 과학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선 이들을 위한 별도 교육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군의 아버지 송수진 씨도 “아들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게 하는 게 너무나 어려웠다”며 “진짜 프로는 제자의 나이와 상관없이 눈높이 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제때 좋은 스승을 만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덟 살에 인하대에 입학하고, 열한 살에 UST에 들어간 송군은 “과학 영재들이 주변의 시기와 질투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서로 토닥이며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담담히 털어놨다. 또 “교수는 너무 바쁘고, 영재들은 대학 연구실 문을 두드릴 용기가 안 나기 때문에 이런 현실적 장벽이 없어질 수 있는 새로운 교육제도가 생겼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송군은 행사가 끝난 뒤 기자와 잠시 만나 이렇게 말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 혹시 어딘지 아세요? 4.3광년 떨어져 있는 알 캬씽沽痢??곳입니다. 빛의 속도로도 4년3개월을 가야 그 별에 갈 수 있어요. 우리가 보는 별빛은 4.3광년 전의 빛이죠. 우린 그 먼 과거와 언제나 공존하며 살아요. 밤하늘을 보는 벅찬 호기심은 제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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