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외교 행보
양국 기업 16조원 투자 협력
미국·독일에도 제 목소리 내며 주목
[ 박종서 기자 ] 지난 12일 영국 런던 의회 광장에 있는 마하트마 간디 동상 앞.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영국의 식민지 통치(1877~1946년)를 거부하며 인도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간디를 추모했다. 두 손을 모으고 간디 동상을 바라봤다. 대영제국이 자행했던 가혹한 수탈의 역사를 떠올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영국을 비난하지 않았다. 과거사에 대한 유감으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은 “역사의 채무를 강하게 말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 전부였다. 오히려 지난 3월 의회 광장에 간디 동상을 세워준 영국을 치켜세웠다.
그는 “영국인은 간디의 위대함을 인정할 만큼 현명하고, 인도인은 간디를 영국과 공유할 만큼 너그러우며, 우리는 모두 그의 삶과 행적에 감동할 만큼 복을 받았다”고 말했다. 모디 총리는 2002년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의 폭력사태를 방관했다는 이유로 10년간 비공식적으로 영국 입국이 불허됐지만 역시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역사보다 경제를 중심으로 앞으로의 상생과 협력을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사흘간의 영국 방문 기간에 자신의 핵심 경제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를 부각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모디 총리는 “공장과 기반시설 건설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철도 분야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100% 허용한 데 이어 최근에는 전자상거래, 기업형 농장 등 15개 분야에 외국인 투자를 자유화했다”며 “영국 기업들이 고민하지 말고 투자에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영국 BBC방송은 “모디 총리 방문의 핵심은 교역”이라고 평가했다.
성과도 이어졌다. 모디 총리가 영국을 방문한 동안 양국 기업들은 90억파운드(약 9000억루피·약 16조원) 규모의 투자 협력 합의서를 작성했다. 영국 총리실은 이번 합의로 영국에서 1900여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디의 실리 외교는 영국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9월 인도를 방문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 “세계 경제가 침체기지만 인도는 투자하기 좋은 곳”이라며 투자 유치에 공을 들였고 태양광 발전과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각각 10억유로(약 1조2500억원) 지원 약속을 받아냈다. 며칠 뒤에는 미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기후변화 대책이 인류의 개발 열망을 해쳐서는 안 된다며 개발도상국의 시각을 대변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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