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홍콩 부동산 가격 '거품' 꺼지나

입력 2015-11-24 07:00  

글로벌 현장 리포트

아파트값 3.3㎡당 8000만원
중국 성장세로 돈 부동산 유입
중산층 주거지역 타이쿠싱, 12년 만에 가격 4배로 올라

UBS "2년내 30% 급락" 경고…"단기 조정후 상승" 반론도 많아



[ 박한신 기자 ]
“2017년까지 약 30% 급락할 것이다.”

홍콩 주택가격에 대한 스위스 금융회사 UBS의 경고다. UBS는 지난달 “홍콩의 주택가격은 2006년 4분기에서 올해 2분기까지 9년간 무려 220.6%나 뛰었다”며 “홍콩은 세계에서 주택가격 거품 위험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라고 경고했다.

과연 그럴까. 홍콩에는 주택가격에 대한 우려와 낙관이 공존하고 있었다. “홍콩 주택가격은 심각하게 높은 수준”이라며 UBS의 경고에 공감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장기적으론 상승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홍콩에서 20년 가까이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유병훈 찬미부동산 대표는 “단기 조정을 받을 수는 있지만 세계 경제가 회복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산층 지역 집값 3.3㎡당 8000만원

홍콩 부동산 가격은 어느 정도일까. 홍콩 중산층과 한국인이 주로 사는 중산층 주거지역 타이쿠싱의 아파트는 3.3㎡당 약 54만홍콩달러(약 8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약 100㎡(30평) 크기 아파트가 1620만홍콩달러(약 24억원)가량이라는 얘기다. 이 지역 아파트들은 지어진 지 30년이 넘었지만 가격은 오히려 연식에 반비례해 올라갔다. 유 대표는 “타이쿠싱 아파트 가격은 2003년엔 3.3㎡당 13만5000홍콩달러(약 2000만원) 정도였다”며 “12년 만에 네 배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중심가의 고급 주거지인 카오룽지역 아파트는 3.3㎡당 100만홍콩달러(약 1억5000만원)에 이른다. 2000년대 중반 개발될 당시엔 약 33만홍콩달러였던 시세가 지금은 세 배가량 뛰었다. 100㎡(30평) 아파트가 약 3000만홍콩달러(약 45억원)라는 얘기다.

이 같은 높은 가격이 형성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경제 성장의 영향이 컸다.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 기업의 홍콩 진출이 줄을 이었다. 이들이 홍콩 주식시장에서 기업공개(IPO)를 했고, 사람과 돈이 몰렸다. IPO를 주관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인력을 대거 확충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수요가 크게 늘었고, 유입된 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갔다. 홍콩의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2000년대 중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호황을 맞으면서 이와 연동된 경제인 홍콩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에 집값도 주춤

최근 홍콩 부동산 가격에 대한 폭락 전망은 세계 경제, 특히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에 근거한다.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홍콩 경제도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부동산중개업자인 윙카 씨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 홍콩에 상장된 기업의 주가도 내려가고, 금융산업이 악화되면 부동산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에 진출한 한 국내 은행 관계자는 “홍콩에 있던 글로벌 IB의 인력도 본국으로 많이 돌아간 상황”이라고 전했다.

홍콩을 먹여 살리는 4대 산업으로 금융, 관광, 물류, 로펌 등 전문서비스를 꼽는다. 중국 경제가 악화될 경우 금융산업이 침체하고 물류 수요도 줄어든다. 중국인 관광객도 줄어들어 관광업이 위축된다. 로펌 등 전문서비스 업황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홍콩 부동산 가격이 실제로 폭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많다. 홍콩 부동산 중개업체인 미들랜드리얼티 관계자는 “더 개발할 땅도 없는 홍콩에서 사람들이 어디로 가서 살겠느냐”며 “최근 부동산값 상승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떨어진 것도 아니다. 여전히 고점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아시아 외환위기로 집값이 폭락한) 1997년이 아닌 1995년과 현재를 비교하면 두 배 정도 올랐다”며 “20년간 두 배 상승은 완만한 흐름이기 때문에 거품이라고 보긴 힘들다”고 주장했다.

홍콩=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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