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노인요양기관·스위스 양로원 가보니
주거공간 머물다 치매 등 걸리면 바로 옆 시설로 옮겨 간호 받아
비상요원도 24시간 언제든 호출
시설 10개 넘는 전문기업 등장…임종 등 관련 실버산업도 급성장
[ 이지현 기자 ]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 카를스루에지역의 운스티푸트 카를스루에 노인요양기관. 커다란 상점 같은 건물에 들어서자 안내데스크 직원이 반갑게 맞았다. 노인만 사는 주거시설이지만 지나는 사람이 모두 노인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호텔에 들어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곳은 60세 이상 노인이 사는 184개의 주거공간과 보호간호가 필요한 노인이 입원하는 노인요양시설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요양기관이다. 주거공간에 살던 노인이 치매 등에 걸리면 바로 옆에 있는 시설로 옮겨 간호해줄 수 있는 구조다.
방 2개짜리 47㎡ 공간부터 방 4개짜리 141㎡ 공간까지 다양한 크기로 구성된 주거공간의 한 달 거주 비용은 2000~4100유로(약 247만~506만원)다. 현재 이곳에 사는 노인의 나이는 63~99세다.
주거공간에는 언제든 응답하는 안내데스크가 24시간 운영되고 방마다 비상요원을 호출할 수 있는 벨이 있다. 내부에 설치된 연기탐지시설은 인근 소방서와 연결돼 연기가 나면 5분 만에 소방대가 출동한다. 각종 기억훈련을 위한 프로그램 비용도 모두 거주비용에 포함된다.
자밀라 시그먼트 매니저는 “층마다 담당자가 있어 각각의 주거공간에서 생긴 문제를 책임지도록 하고 노인을 위한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며 “자동차로 치면 독일 내에서도 벤츠급의 가격과 시설이지만 주거공간이 대부분 찼다”고 말했다.
스위스 취리히의 레브비스 양로원도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노인들을 맞고 있었다. 지하에 있는 인지훈련 공간에는 산장과 같은 방을 꾸며 노인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애완견과 함께 살며 교감하도록 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90명 정도가 입주해 사는데 거주비는 한 달에 4000스위스프랑(약 455만원)가량이다. 시설 관계자는 “스위스 노인들은 퇴직연금 등을 포함해 700만~800만원 정도의 연금을 받는다”며 “연금의 대부분을 노인요양기관 거주비에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노인 전문 거주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요양시설만 10개 이상 운영하는 전문 기업도 생겼다. 요양시설에서 임종을 맞길 원하는 노인이 늘면서 임종을 전문으로 해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각종 포럼, 박람회 등 관련 정보를 교환하는 행사도 수시로 열린다. 요양시설 인력을 교육하는 노인장기요양학교도 생겼다. 이곳에서 2000시간 넘게 교육하며 전문 인력을 양성한다. 독일 비스바덴에서 요양시설을 운영하는 슈렌베르크 원장은 “노인을 유치하는 것은 물론 간호사 등의 인력을 데려오는 경쟁도 치열해졌다”며 “시설 내부 공간을 꾸밀 때도 노인들이 자기 집처럼 느낄 수 있도록 꾸미려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300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4명의 직원이 1명의 노인을 보살피는 시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독일, 스위스 등의 시설보다 값은 싸지만 더 꼼꼼히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노인요양창업 컨설팅업체인 이현&컴퍼니의 이광직 대표는 “국내에는 세우면 돈을 번다는 인식만 가지고 시설을 운영해 낡은 요양시설이 많다”며 “한국도 동남아시아처럼 유럽 노인들을 유치할 수 있는 시설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급속히 늘어나는 노인 인구가 편안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카를스루에(독일)·취리히(스위스)=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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