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고교 야구 이럴 수 있는가

입력 2015-11-24 18:27  

조영남 < 가수 >


운동 중에서 육상을 가장 좋아한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만날 달리기를 할 때마다 꼴찌였기 때문이다. 올림픽이 그리운 건 우사인 볼트를 비롯한 육상 스타들의 경기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경기가 구기 종목이다. 축구 야구 배구 농구 탁구 같은 것들인데 딱히 뭐가 특별히 더 좋다 그런 건 없고 다 고만고만하게 좋아하는 편이다.

요즘 야구를 꽤 즐겨 보게 됐다. 내 친구 중 서울대 총장과 총리까지 지낸 정운찬이 있다. 그 친구는 늘 정치나 경제 문제보다는 야구에 훨씬 열광하는 듯이 보였다. 내가 매일 출연하는 MBC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지금은 라디오시대’의 PD도 타고난 야구팬이다.

내 일을 봐주고 있는 친구, 그러니까 조영남의 매니저 또한 야구라면 사족을 못 쓴다. 그런 터라 난 그저 오며 가며 그 친구들이 보는 TV 중계를 따라 보게 됐다. 불펜이나 대주자 같은 야구 용어, ‘홈런 친 볼은 그냥 재수 좋게 줍는 사람이 영구적 임자가 되는 것이냐’ 같은 궁금증의 답 같은 내용도 알게 됐다.

최근 몇 주 동안 야구는 계속 흥미진진해졌다. 두산 베어스가 14년 만에 우승한 한국시리즈 경기가 그랬고, 일본 도쿄돔에서 치러진 한국과 일본의 경기도 그랬다. 두 경기 모두 야구의 재미를 만끽하게 만들었다. ‘야구는 글러브를 벗을 때까진 승부를 알 수 없다’ ‘야구는 9회말부터’란 말이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졌던 최상의 경기였다.

이런 와중에 난 우리네 고등학교 야구 대회의 한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마치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얼굴 붉어지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아! 객석이 텅 빈 것이다. 수백, 수천 개의 텅 빈 의자를 놓고 열심히들 야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젊었을 때는 이렇지 않았다. 고교 야구라 하면 정말 엄청났다. 봉황기 쟁탈전 같은 대회엔 경기장이 인파로 꽉 들어찼다. 내가 대학을 동대문 근처에서 다녀서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세계 야구계를 대표하는 국가가 어찌 이 모양으로 초라하게 변했는가. 내가 일본 고교 야구의 진면목을 직접 봐서 아는 거다. 그쪽은 사뭇 달랐다. 고교 야구에 일본 전국이 떠들썩했다.

이런 기현상을 어찌할 것인가. 나라도 시간 나는 대로 고교 야구 구경을 한번 가봐야겠다.

조영남 < 가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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