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의 작품' 제네시스 EQ900 대박 조짐…첫날 예약, 에쿠스 4배

입력 2015-11-24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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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동안 4342대 계약…중소형차 1일 예약보다 많아
브랜드 선택부터 디자인까지 정몽구 회장이 직접 챙겨
고속도로 주행지원 첫 적용…최고급 수입세단 시장 공략
내년 초 미국에도 판매



[ 정인설 기자 ] 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가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가 제네시스 브랜드로 가장 먼저 국내에 내놓은 EQ900(에쿠스 후속)의 첫날 예약 판매량이 이전 에쿠스의 첫날 예약 물량의 네 배에 육박했다. 현대차가 고급차 브랜드를 제네시스로 결정한 데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판단이 결정적이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EQ900의 디자인과 품질까지 일일이 챙겨 정 회장의 선택이 시장에서 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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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 예약 물량보다 많아

현대차는 EQ900의 사전 예약을 시작한 지난 23일 하루 동안 4342대의 계약 실적을 올렸다고 24일 발표했다. 2009년 2세대 에쿠스의 첫날 예약 물량(1180대)에 비해 270% 늘었다. 2013년 2세대 제네시스의 첫날 예약 실적(3331대)보다는 30% 증가했다.

EQ900의 사전 예약 기록은 기존 에쿠스 판매량의 5배 이상인 중소형차의 사전 예약 대수도 뛰어넘었다. 에쿠스 판매량의 5배 수준인 신형 투싼이 지난 5월 나왔을 때 나흘간 총 4200대가 예약됐다. 9월 출시된 6세대 신형 아반떼도 하루평균 예약 물량이 1112대 수준이었다. 지난해 국내에서 에쿠스는 8487대 판매된 데 비해 아반떼는 9만3894대 팔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 최고급 세단인 EQ900이 하루에 4000대 이상 예약됐다는 것은 믿기 힘든 사실”이라며 “웅장하면서도 정제된 외관과 우아한 인테리어에 소비자들이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운전자의 피로를 덜어주기 위해 완벽한 자율주행 직전 단계인 고속도로 주행지원시스템(HDA)을 국내 최초로 EQ900에 적용했다. 항공기 1등석을 본떠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를 뒷좌석에 넣었다.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기존 에쿠스 모델에 없던 3.3L 터보 엔진을 추가하고 기존 3.8L 및 5.0L 엔진의 힘을 키웠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로 세계 시장 공략에도 나선다. 제네시스 EQ900을 제네시스 G90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내년 초 미국에 선보인다. 이어 중국과 유럽으로 제네시스 차량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내년에 제네시스 브랜드의 대형 세단 G80을 선보이고 2017년 중형 세단인 Q70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어 2020년까지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스포츠 쿠페 등을 차례로 공개해 총 6개의 제네시스 브랜드 차종을 구축할 방침이다.

정 회장, 브랜드부터 최종 품질까지 점검

EQ900을 비롯한 대형 고급 세단은 정 회장이 1998년 현대차 경영을 맡은 뒤 15년 이상 강조해온 품질 경영을 대표하는 차종이다. 제네시스나 에쿠스 같은 고급 차량이 나올 때마다 직접 참석해 소개했다.

현대차 내부에선 당초 고급차 브랜드를 독립시키기로 결정한 뒤 에쿠스를 유력한 후보로 논의했다고 한다. 고급차 이미지가 강렬한 만큼 에쿠스를 따라올 만한 브랜드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에 제동을 걸고 나온 사람이 정 회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국내시장만 볼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2008년 나온 1세대 제네시스가 아시아 대형 세단 최초로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됐을 정도로 브랜드 가치가 높은 만큼 고급차 브랜드를 제네시스로 하자고 제안했다. 2013년 선보인 2세대 제네시스가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충돌 시험 결과 승용차 중 세계 최초로 29개 전 항목에서 만점을 받았을 정도로 품질에서 호평받은 점도 감안했다고 한다. 제네시스가 고급차 브랜드로 채택되는 데는 정 회장의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정 회장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차량인 EQ900이 나오기 직전까지 해당 차량의 개발 과정을 꼼꼼하게 챙겼다. 7월부터 9월까지 EQ900 품질을 점검하고 차량을 타보기 위해 남양연구소를 10차례 이상 찾았다. 방문할 때마다 연구원들에게 “엔진 배선을 간단히 고치라”거나 “내외장 마감재를 최고급 소재로 쓰라”며 세부 항목까지 들여다봤다.

현대차 관계자는 “개발 실무를 맡은 연구원부터 최고경영진까지 제네시스 EQ900 개발에 심혈을 기울였다”며 “EQ900을 시작으로 다양한 제네시스 차량을 통해 메르세데스벤츠의 S클래스, BMW의 7시리즈 등 수입차에 빼앗긴 국내 최고급 세단 시장을 되찾아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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