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파고' 넘은 한진중공업 수비크조선소…6년 만에 100번째 선박 건조

입력 2015-11-24 19:14  

현장 리포트

3만 근로자 24시간 작업… 2018년 건조 물량까지 확보
의료 봉사·주택 제공 등 '현지화 전략'으로 입지 굳혀



[ 공태윤 기자 ]
필리핀 수비크만에 있는 한진중공업(회장 조남호) 수비크조선소의 초대형 도크 두 곳에서는 24일 대형 선박 조립작업이 한창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인 6도크에는 1200t 블록을 한 번에 들어올릴 수 있는 110m 골리앗 크레인 두 대가 버티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1만10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컨테이너선 두 척, 9000TEU급 컨테이너선 한 척, 원유운반선인 VLCC300선의 건조작업이 동시에 진행 중이었다. 6도크는 길이 550m, 너비 135m, 깊이 13.5m로 축구장 7개를 합친 규모라고 회사 관계자는 전했다. 6도크보다 규모가 작은 5도크에서는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LPG선 두 척의 선박이 건조 중이었다.

이곳에서는 ‘조선업 불황’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회사 관계자는 “3만여명의 현지 근로자가 2교대 24시간 쉴 새 없이 작업을 하고 있다”며 “해안선을 따라 있는 3.7㎞에 달하는 안벽에는 6척의 선박이 인도를 위한 마무리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6도크에서 건조 중인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은 수비크조선소가 건조하는 100번째 선박이었다. 수비크조선소가 완공된 지 6년 만에 달성한 성과다.

심정섭 수비크조선소 대표는 “이미 2018년까지 건조할 물량을 확보했다”며 “올해 엘니뇨 현상으로 강수량이 줄어든 것도 선박 건조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비크조선소는 올해 글로벌 조선산업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출 1조2600억원, 영업이익 3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한진중공업이 필리핀에서 조선사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었던 비결은 ‘현지화 전략’에 있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2006년 5월 수비크조선소 첫 삽을 뜬 이후 한진중공업은 필리핀 현지인을 대거 고용했다. 1인당 평균 월급은 약 40만원으로 필리핀 4년제 대졸자가 받는 임금보다 많았다. 매년 10%씩 고용을 늘려 현재 수비크조선소 근로자는 3만여명에 달한다.

한진중공업은 근로자 일부에게 주택도 제공하고 있다. 수비크조선소에서 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한진빌리지’는 현재 1차 950가구가 거주하고 있으며 2차 778가구는 내년 3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매년 두세 차례 수비크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진료도 했다.

한진중공업의 이런 노력에 필리핀 정부는 각종 지원으로 화답했다. 필리핀 정부는 수비크경제자유구역(SBMA)을 지정해 수비크조선소 완공 후 8년간 모든 세금을 면제해줬다. 또 50년간 월 임차료 1000만원에 조선소 용지를 임대해 주는 파격 대우를 해줬다. 수비크조선소 근로자들이 10년 동안 회사의 동의 없이 다른 회사로 이직하지 못하도록 법을 제정해 기술유출 문제까지 해결했다.

심 대표는 “수비크조선소는 짧은 기간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조선소로 자리를 잡았다”며 “회사를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상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비크(필리핀)=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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