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숨어든 탈북자의 고단한 삶

입력 2015-11-25 18:00  

중국 동포 소설가 금희 씨 '세상에 없는 나의 집' 출간


[ 박상익 기자 ] 중국 동포 소설가 금희 씨(36·사진)는 계간 《창작과비평》 2014년 봄호에 단편 ‘옥화’를 발표하며 한국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중국 동포 사회에서의 탈북 여성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한국에서 살아가는 중국 동포·탈북자의 삶에만 익숙하던 한국 독자에게 새로운 자극을 줬다. 최근 출간한 소설집 《세상에 없는 나의 집》(창비)에는 ‘옥화’를 비롯해 금씨의 중·단편 7편이 들어 있다.

작가는 중국 지린성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두 가지 모국어를 사용하며 자랐다. 이런 정체성 문제는 표제작 ‘세상에 없는 나의 집’에서 드러난다. 조선족인 주인공 ‘나’는 특별한 갈등 없이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있다. 이 질문은 새 집을 계약하면서 내부를 어떻게 꾸밀까 하는 고민으로 나타난다. 주인공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중국식 외관의 집에 조선식 인테리어를 하는 것으로 정체성을 확립해간다.

‘옥화’는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북한 사람들이 중국으로 숨어든 뒤 한국으로 건너오기까지의 과정을 건조한 필체로 그린 작품이다.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던 주인공 ‘홍’은 같은 교회에 다니던 탈북 여성으로부터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말이 좋아 빌려달라는 것이지 거저 달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하지만 여자는 이상하리만큼 당당하게 자신을 도와달라고 요구한다. 홍은 동생과 잠깐 부부의 연을 맺었다가 훌쩍 한국으로 떠나버린 다른 탈북 여성을 떠올리며 고민한다.

“두만강 헤염채 건너와가지고 사람 장사꾼한테 붙잡했디요. 인자는 그 사람들도 이력이 나서 엔벤이나 조선족 동네에다 안 팔고 내를 저 하북성 산골 오지에다 팔더래요. 집이라고는 사방 벽에 지붕이라고 대수 걸채놓은 데다가, 남자라고는 맨날 일도 못하고 헤벌써 죽채 있는 게…… 거기서 내 혼자 농사짓고 돼지 치고, 살림하고, 그저 죽게 일하고 살았디요. 애새끼도 하나 낳았시요.”(‘옥화’ 중)

작가는 한국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소설을 쓰지 않는다. 국적이나 민족, 성별 같은 것을 넘어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로 표현하는 것뿐이다. 다른 소설가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기에 그의 소설은 조금 특별하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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