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된 목조 에스컬레이터만은 바꿀 수 없었다

입력 2015-11-27 15:07   수정 2015-11-27 16:13


(뉴욕=이심기 특파원) 뉴욕 맨해튼을 찾는 여성 관광객이라면 빼놓지 않고 들리는 명소중 하나가 메이시스 백화점입니다. 맨해튼 미드타운의 34번가 코리아타운 인근에 위치한 헤럴드스퀘어에 길 하나를 두고 있는 이 곳은 1902년에 설립된 미국 최대 백화점중 한 곳입니다.

최근 메이시스는 4억 달러를 들여 4년간에 걸쳐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단행하면서 내부는 물론 외관까지 싹 바꿨습니다. 하지만 백화점의 명물인 ‘목조 에스컬레이터’만큼은 그대로 살려뒀습니다.

단단한 참나무로 만들어진 목조 에스컬레이터는 1920년 확장공사를 하면서 오티스가 20대를 설치했습니다. 터덜터덜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빠른 속도로 층간을 움직이는 이 에스컬레이터는 메이시스 백화점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강력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관광안내서에는 맨해튼을 처음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해봐야 할 체험으로 소개돼 있기도 합니다. 맨해튼에서 태어나고 자란 뉴요커들에게는 어릴적 부모님이나 할머니의 손을 잡고 백화점을 찾았던 옛 기억을 되살려주는 각별한 물건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유때문에 95년 된 이 목조 에스컬레이터는 이번에도 그대로 재활용됐습니다. 일부 내부 기계와 모터는 교체했지만 계단과 손잡이 등 참나?소재의 외관은 그대로 쓰기로 했습니다. 특히 20대의 에스컬레이터중 6층에 설치된 4대의 에스컬레이터가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합니다.

백화점측은 사람들에게 리노베이션에 관한 의견을 물었더니 예외없이 첫번째로 한 얘기가 “제발 목조 에스컬레이터는 없애지 마라”는 것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메이시스 뉴욕백화점의 상징과도 같다는 이유에서랍니다.

하지만 95년이나 된 에스컬레이터를 안전하게 작동시키면서 그대로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문제였다고 합니다. NYT는 안전사고 등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목조 에스컬레이터가 살아남은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전했습니다. 문화재급은 아니지만 첨단과 전통을 조화시키면서 자신들의 역사를 현실에서 유지시키려는 메이시스의 노력은 배울 점이 있지 않을까요. (끝) /s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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