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든타임 놓치고 있다"
주요 경제활성화법안 국회 문턱 못 넘고 '공전'
정부, 좀비기업 솎아내고 과감한 구조개혁 나서야
재계, 성장동력 투자 확대를
[ 김유미 기자 ] 전직 고위 관료와 학자 등 각계 전문가 1000명이 “한국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경제위기에 직면했다”며 사회 곳곳에 각성을 촉구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은 27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증유(未曾有)의 경제위기 적극 대처를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발표했다. 수출 둔화와 저성장 등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가 불투명한데도 아무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이들은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기업 구조조정 등 다섯 가지를 우선과제로 제시했다.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난국”
조동근 교수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한국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의 경제위기에 직면했지만 국민의 상황 인식과 정치권의 대처 의지는 심히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특 ?정치권을 향해 “경제위기의 최대 주범”이라며 “정파적 이익의 포로가 돼 위기 대처의 골든타임(적기)을 놓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신성장동력 확보와 고용 증대를 위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이 시급하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개혁 역시 국회에서 공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현 상황을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말과 비교했다. 그는 “당시에도 구조조정을 위한 노동개혁법이 상정됐는데 야당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며 “무산 이후 기아자동차 사태와 금융부실로 이어졌고 위기가 왔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구조조정을 못하면 위기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국회는 법안부터 처리하라”
이들은 시급하게 해결할 과제로 다섯 가지를 제시했다. 국회엔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제 법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여야 갈등 속에 잠자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안, 의료법 개정안,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관광진흥법 개정안 등을 예로 들었다. 한·중, 한·뉴질랜드, 한·베트남 FTA 비준안도 빠른 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에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좀비기업 구조조정을 과감히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정치권엔 청년실업 완화를 위한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했다. 기업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노동계는 쟁의를 자제하며 경쟁력 강화에 동참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번 성명엔 박재완 전 장관과 송정숙 전 보건사회부 장관, 좌승희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 등이 참여했다. 일부 참석자는 기자회견 후 여야 원내대표를 방문해 성명서를 전달했다.
◆“정파 이익에서 벗어나야”
이날 성명을 주도한 조동근 교수는 “최근 학계 원로와 전문가 사이에선 ‘이대로 해를 넘기면 위기를 모면하기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가득하다”며 “특히 국회로 넘어간 노동개혁안이 좌초하는 것을 보면서 성명 작업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조 교수와 박 전 장관 등은 ‘노동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 1000명 선언’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당시 선언에 참여했던 사람 대다수가 이날 성명에도 참여했다.
수출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됐던 한·중 FTA 비준안이 최근 국회에서 진통을 겪은 것도 성명의 계기가 됐다. 지난달 수출이 6년2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을 나타내는 등 경제지표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았다. 다음달로 예상되는 미국 금리 인상 역시 한국 경제엔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조 교수는 “연말 분위기에 묻혀 정부도, 정치권도 안일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지금의 저성장은 저효율의 문제인 만큼 정파적 이익에 갇혀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준 처리가 미뤄지고 있는 한·중 FTA에 대해서는 “야당이 요구하는 무역이득공유제 등은 산업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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