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 정신이란 무엇인가?
아산(峨山) 정주영의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 졸업이다. 그는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란 학문적 용어를 정규교육으로 배운 적도 없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의 일생은 기업가 정신의 전형을 보여준다. 조지프 슘페터(1883~1951)와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인 피터 드러커(1909~2005)가 이론으로 기업가 정신을 세웠다면, 정주영은 몸으로, 행동으로 실천한 인물이다.
기업가라는 용어는
기업가라는 용어는 프랑스말에서 유래했다. 원래 뜻은 ‘시도하다’ ‘모험하다’의 의미를 담고 있다. 18세기 초 프랑스 경제학자 리샤르 캉티옹을 비롯해 프랑스 정치경제학자들이 처음 사용했다. 캉티옹은 상인이나 제조업자와 구분해서 이 말을 썼다. 위험 부담을 꺼리는 이들과 구분하기 위한 언어였다. 기업가는 위험을 무릅쓰고 시장에서 교환행위를 주도하고 이끄는 사람으로 캉티옹은 해석했다. 수요량과 공급량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이윤 기회를 쉼없이 찾아내는 사람이 기업가다. 여기에는 늘 이익과 손실이 동시에 도사리고 있다. 기업가는 시장을 바라보는 본능적 감각을 가져야 생존할 수 있다.
슘페터가 본 기업가 정신
슘페터는 기업가 정신을 학문적으로, 체계적으로 접근한 최초의 학자로 평가받는다. 기업가 정신의 핵심은 혁신이다. 숨어있는 이윤을 찾아내기 위해 기업가는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한다. 그 바탕은 기술혁신이다. 이 기술은 현 상태를 인정하지 않고 깨뜨린다. 그가 말한 창조적 파괴는 바로 이것이다. 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가져오는 정신, 그것이 기업가 정신이다.
좀 더 학문적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신제품의 발명이나 개발, 새로운 생산방법을 도입하거나 신기술을 발명해내는 것,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일, 새로운 원료나 부품을 찾아내 사용하거나 공급하는 것, 조직을 새롭게 형성해 생산성을 올리는 것을 기술혁신의 종류로 봤다. 이런 기업가 정신은 늘 기존 시장을 흔든다. 이들에게 시장포화는 없다. 스티브 잡스가 기존 휴대폰 시장을 단번에 뒤엎은 것도 ‘시장포화는 없다’는 것을 입증한 기업가 정신의 발로였다. 노키아는 기존 시장의 달콤함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아침에 깨어나 보니 세상은 뒤바뀌어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고 노키아의 운명은 한여름밤의 꿈처럼 사라졌다.
슘페터의 시각에서 이윤은 도덕적이고 정당하다. 이윤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고 모험을 무릅쓰고, 창조적 파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기업가에게 주어지는 정당한 대가로 해석된다. 기업가의 혁신은 문명을 이끈다. 혁신은 지식시장을 타고 빠르게 번져 공급자와 소비자를 한 단계 올려 놓는다. 혁신이 이뤄낸 시장은 넓어지고 시장 플레이어들도 늘어나 가격은 하락한다. 상품과 서비스는 향상되지만 결국 가격은 떨어지는 구조다. 창조적 파괴가 사회 전체로 번진 결과다.
슘페터는 경기순환을 바로 혁신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창조적 파괴가 주기적으로 나타나고 사라지면서 호경기와 불경기가 온다는 설명이다. 결국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면 한 나라의 경제가 성장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지금 대한민국이 그런 상황이다.
드러커가 본 기업가 정신
슘페터와 친분이 있던 ‘현대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도 기업가 정신을 늘 강조했다.
그가 정의한 기업가 정신도 슘페터의 것과 다르지 않다.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이다.’ 드러커 역시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하나의 몸통으로 생각했다. 다만 드러커는 과거에는 창업을 통해 기업을 일구고 성공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기업의 규모가 거대해져 관리가 중요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런 점에서 현대에선 기업가 정신이 많이 약해졌다는 것이 드러커의 진단이다.
드러커는 이런 탓에 경영관리에서 혁신이 중요해졌다고 본다. 성장을 위한 혁신이 중요한 만큼 매니지먼트에서 관리혁신도 불가피해졌다는 뜻이다. 심지어 드러커는 기업가 정신이 대기업 외에 중소기업, 공공기관, 비영리단체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슘페터의 기업가 정신과 사뭇 다른 점이다. 한발 더 나아가 기업가 정신은 기업 단위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회에 사는 개인들이 가져야 할 자기혁신 도구로 봤다. 개인이 기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할 때 한 사회가 다음 사회로 진화해나갈 수 있다. 드러커에 이르면 기업가 정신은 오늘을 사는 보는 이들의 기본정신이 된다.
2002년 드러커는 자신의 저서 ‘넥스트 소사이어티’에서 기업가 정신이 가장 높은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식민지와 6·25전쟁을 겪은 한국이 최고의 기업을 길러낼 수 있었던 것도 기업과 개인들이 바꿔보자는 기업가 정신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그는 봤다. 하지만 21세기 한국의 기업가 정신은 남탓 정신으로 타락하고 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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