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혜 기자 ]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서 시위자들이 결국 전하고자 한 바가 무엇이었는지는 폭력 때문에 오히려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23기동대 2제대장을 맡고 있는 이학준 경감(사진)은 27일 기자와 만나 이같이 강조했다. 이 경감은 지난 2월 기동대 부임 후 4월16일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와 4월18일 범국민대회, 5월1일 노동절 집회, 8월28일 노동시장 개혁 반대 집회 등 주요 집회 현장을 누볐다.
그는 집회·시위가 과격해지면서 시위 문화가 후퇴하는 것은 아닐까 우려했다. 이 경감은 “대부분의 소규모 집회 시위에서는 질서유지선이 잘 정착돼 시위문화가 진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도 “대규모 집회에서 돌이나 쇠파이프 등이 등장하면서 1970~1980년대 문화가 재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만 해도 몇 차례 극한 상황을 목격했다. 8월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노동시장 개혁 반대 집회에서 동료 경찰관이 시위대가 던진 물병에 얼굴을 맞은 것이다. 아랫니 세 개가 부러져 입에서 피가 흘렀다. 이 경감은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말을 멈췄다.
그 역시도 큰 부상을 당할 뻔했다. 4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열린 집회에서 한 시위자가 카메라 삼각대로 그의 머리를 내리친 뒤 도주한 것이다. 이 경감은 “헬멧을 쓰고 있어 큰 부상은 면했지만 머리를 가격하는 과잉폭력까지 난무하는 현장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시위대를 직접 대하는 기동대원 모두가 가족에게는 ‘후방에서 근무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위대 역시 누군가의 아버지나 아들일 텐데 위험한 현장에서 서로가 대치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내달 5일로 예고된 2차 민중총궐기에 대해서는 “경찰은 인권보호를 최우선으로 시위대가 부상당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시위대도 차분하고 냉정한 자세로 주장을 밝히길 바란다”고 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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