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길서 차선 스스로 바꾸고 빨간 신호 바뀌자 멈춰

입력 2015-11-29 19:01  

자율주행자동차 직접 타보니

서울대 등 7개 대학 시연회



[ 박근태 기자 ] ‘서울대팀 출발하세요.’

출발 신호가 무전기에서 흘러나오자 운전석에 아무도 타지 않은 기아자동차의 K7 차량이 천천히 나가기 시작했다. 운전대에 손을 대지 않고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는데도 차량은 스스로 척척 차선을 바꿨다. 29일 오전 서울 한복판인 강남구 코엑스와 영동대교를 잇는 영동대로에서 열린 자율주행차 시연회에는 서울대를 비롯해 7개 대학에서 자율주행차 7대가 참여했다. 서울대팀의 K7 차량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지난 22일 열린 1차 시연회 때보다 더 빠르고 안정감 있게 달렸다.

K7 자율주행차에는 위치확인시스템(GPS)과 앞뒤로 접근하는 차량을 인식하는 레이더, 레이저를 이용하는 만능 레이더인 ‘라이다’, 신호와 차선을 인식하는 카메라가 달렸다.

시속 70㎞까지 속도를 높였던 차량은 속도 제한 표지판과 빨간색 신호등을 감지하자 속도를 급격히 줄였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서울대팀 김동욱 연구원(박사과정)은 “비가 오면 도로에 물이 고여 차선이 잘 인식되지 않아 차선을 밟고 가는 일이 많다”며 “미리 구축한 차선 層동?위치정보를 활용해 차선 가운데로 달리도록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행하는 차량을 피해 차선을 바꾸는 임무도 수행했다. 서울대 차량은 천천히 속도를 줄이다가 왼쪽 차선을 달리던 차량이 앞질러 지나가자 그 뒤를 쫓아 차선을 바꿨다. 이때 몸이 살짝 쏠리는 느낌을 받았다. 서울대팀은 이날 5분40초에 걸쳐 3㎞ 구간을 달리며 여섯 가지 임무를 수행했다. 국민대 무인차량연구실 임경일 연구원은 “미국 구글 자율주행차도 네바다 등 날씨가 좋은 장소에서 테스트하고 있다”며 “궂은 환경에서 실험을 많이 해야 기술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대팀을 비롯해 이날 시연에 나선 차량은 5단계로 나뉜 자율주행차 기준에서 3단계에 해당한다. 3단계는 운전자 조작 없이 일정 부분 자율주행이 가능한 단계다. 황성호 성균관대 교수는 “22일 첫 시연을 한 지 1주일밖에 안 지났지만 차선·신호등 인식 기술 등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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