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세 살 교육 여든 간다

입력 2015-11-30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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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복 < 한국SC은행장 jongbok.park@sc.com >


자동차를 운전하면서 놀라거나 불편한 일을 겪을 때가 많다. 보행자 신호에 횡단보도를 지나치거나 갑작스레 끼어드는 차, 반대편 차로에 주·정차한 차, 고속도로에선 추월할 때만 가야 할 왼쪽 차로에서 계속 주행하는 차 등 여러 사례를 본다.

보행자 우선 원칙이나 안전운전 매너를 처음 접하는 시기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을 치를 때다. 자동차와 밀접한 생활이 불가피함에도 운전의 기본 원칙을 성인이 돼서야 배우는 것이다. 이런 규칙은 초·중·고교에서 배우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금융교육도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야 한다.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빌렸다가 금융시스템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신용불량의 굴레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어렸을 때부터 좀 더 실용적인 금융교육을 받았다면 이런 안타까운 모습이 조금은 줄지 않을까. 수입과 지출을 맞추며 생활하는 방법, 대출이 필요할 때 이용하는 금융회사와 상환 방법, 경제활동 시 신용관리의 중요성 등에 대한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보이스피싱이나 파밍 등 금융사기 범죄에 터무니없이 당하지 않도록 하는 교육도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금융당국 주도로 일선 학교와 금융회사들이 연계해 금융교육을 조직적으로 진행하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로 소통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도 어릴 때부터 가르쳤으면 한다. 요즘 학생들은 부모의 교육열에 걸맞게 수학 방정식도 잘 풀고, 영어 말하기도 잘한다. 이른바 ‘스펙’이 화려하다. 심지어 토론대회 입상을 위해 다른 사람을 공격하고 이기는 논리 전개 기술까지도 익힌다. 그런데 막상 사회생활을 하면서 다른 사람과 생각이 다를 때 상대방을 배려하며 서로 공감하고, 상호 간 차이점을 좁혀 나가는 기술에는 서툰 경우를 많이 본다.

갓 태어나 처음 본 것을 평생 자기 어미라고 생각하는 동물들이 있다고 한다. 혼자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입견이 없는 하얀 도화지 같은 상태로 받아들이는 자극은 그만큼 강하게 오래도록 남게 마련이다. 돌이켜 보면 필자 역시 어렸을 때 받은 교육의 내용은 아직도 생생하게 지니고 있다.

또 이를 생활하면서 실천하는 경우가 많다. 어른이 된 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살면서 필요한 것들을 어린 시절의 교육에 더 많이 포함시켰으면 좋겠다.

박종복 < 한국SC은행장 jongbok.park@sc.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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