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트에 발목잡힌 조선…당분간 '발주 빙하기'

입력 2015-12-01 07:00  

산업 Index

조선산업 전망

어설픈 설계·견적으로 비용 증가…잇단 시추장비 계약 취소 직격탄
조선 빅3, 올 8조원대 손실 기록

중국·일본 추격에 상선도 수주 먹구름



[ 도병욱 기자 ]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빅3’ 조선사는 올해 1~3분기 7조93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현대중공업은 1조2610억원, 삼성중공업은 1조5318억원, 대우조선은 4조300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세계 1~3위 조선사가 동시에 1조원 이상의 적자를 낸 것은 사상 최초의 일이다.

○해양플랜트 대규모 손실

국내 대형 조선사의 위기를 불러온 직접적인 원인은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한 부실이다. 조선사들이 대형 해양플랜트 건조 경험이 없었는 데도, 프로젝트를 통째 수주(일괄수주)했다가 예상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기본설계(FEED) 능력 부족과 견적 실패 등도 원인이 됐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상선 사업에서는 손실이 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국내 대형 조선사들이 입은 손실 대부분은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해양플랜트 사업 계약 堉撚?위기를 가중시켰다. 빅3는 지난 8월 이후 네 건의 시추장비 계약을 취소당했거나 취소했다. 3개사는 이에 따른 손실(약 6700억원)을 3분기 실적에 추가로 반영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8월 발주사가 중도금을 납부하지 않자 드릴십(이동식 시추선) 1척 건조 계약을 해지했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은 9월 반잠수식 시추선 계약을 취소당했다. 납기일이 지나도록 건조를 완료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각각 한 건씩 계약 취소를 당했다. 업계에서는 유가가 하락해 시추장비 활용도가 떨어지자 발주사들이 최대한 인수하지 않으려고 계약을 취소했다고 보고 있다. 추가 취소 우려도 나온다. 빅3가 건조 중인 시추장비는 23척(계약금액 14조9100억원)에 이른다.


해양플랜트 발주량도 줄고 있다.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자 대형 에너지 기업들이 심해 시추사업 계획을 보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지난 1~10월 세계 해양플랜트 발주량은 50만GT(총톤수)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7% 줄었다. 올 하반기 발주가 예고됐던 대형 해양 프로젝트 대부분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이 가운데 일부는 내년 발주도 불투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빅3 중에서는 삼성중공업만이 2건의 대형 해양플랜트 사업을 수주했고,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은 한 건의 계약도 체결하지 못했다. 업계 전문가는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수준은 회복해야 해양플랜트 사업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선 시장도 흔들…中·日 탉?추격

상선 시장의 위기도 계속되고 있다. 선박 발주량 자체가 줄었다. 1~10월 세계 발주량은 2689만CGT(표준환산톤수·건조 난이도 등을 고려한 선박 무게)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9% 감소했다. 조선경기에 선행하는 해운경기가 여전히 침체를 겪고 있어 당장 회복될 가능성도 낮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조선산업 수출이 올해보다 4.9%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과 일본 등 경쟁국의 추격도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08년부터 내리 수주잔량 기준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수주량도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이 1위를 기록했다. 올해 수주량은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세계 전체 발주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차지한 ‘불황형 1위’일 뿐이다. 내년에는 다시 2위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은 최근 조선소 간 합병을 통해 대형화를 추진, 수주량을 꾸준하게 늘리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최근 한국 조선사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넘보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 조선소들만 건조할 수 있었던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중국과 일본 조선소들이 올해 나란히 수주한 게 대표적 사례다. 초대형 유조선 및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을 중국 및 일본 조선사가 수주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중소형 조선사들의 상황은 빅3보다 더 나쁘다. 주력선종이 중국 조선사와 겹치기 때문이다. 채권단 자율협약 상태에 있는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으로부터 추가 지원을 받지 못하면 법정관리를 신청해야 한? 신아SB는 결국 파산을 신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유가 및 경기침체가 이어지면 조선업계의 어려움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인터뷰] 가치투자의 달인, "휘열" 초보개미 탈출비법 공개




[한경닷컴 바로가기] [스내커] [슈퍼개미] [한경+ 구독신청]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