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 매출 2100억 신기록…20~30대 젊은층도 몰려
[ 김병근 기자 ] 경기 성남시 현대백화점 판교점 내 교보문고에는 대형 테이블과 함께 140석의 좌석이 설치돼 있다. 국내 대형서점에 의자가 마련된 첫 사례다. 조나단 현대백화점 서점 바이어가 일본 1위 ‘쓰타야 서점’을 벤치마킹해 교보문고에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양측 모두 반신반의하며 시작한 실험 결과는 성공적이다. 지난 9~11월 월평균 매출은 약 6억원으로, 현대백화점 다른 점포 내 대형서점 매출(월평균 약 2억원)의 세 배 수준이다. ㎡당 매출로 비교해도 판교점 교보문고(1256㎡)는 158만원으로 현대백화점 내 서점 중 가장 많다. 울산점 영풍문고(1729㎡)는 48만원, 서울 목동점 반디앤루니스(1024㎡)는 113만원이다.
조 바이어는 “서점에 의자가 없었던 이유는 앉아서 책을 다 읽고 구매하지 않을 수 있다는 선입견 때문”이라며 “교보문고 서울 광화문 본점도 지난달 중순 의자 100석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재미있는 백화점’ 실험이 순항하고 있다. 통념을 깨는 ‘역발상’ 매장 구성(MD)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으며 실적 호조로 이어지고 있다.
영패션 전문관 ‘유플렉스’ 4층에 자리 잡은 캐주얼 멀티숍 ‘어반플래닛’도 역발상 MD의 대표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기존 백화점이 층별로 의류, 잡화 등으로 나뉘어 있는 것과 달리 어반플래닛은 이너웨어부터 신발, 캐주얼, 아우터까지 젊은 층을 겨냥한 브랜드 26개를 한층에 모았다. 브랜드 간 경계를 없애고 인테리어도 같은 콘셉트로 꾸며 한 층 전체를 하나의 매장처럼 느끼도록 했다. 게스, CK, 버커루 등 주요 입점 브랜드의 9~11월 매출은 기존점 대비 20% 이상 높다고 현대 측은 설명했다.
황해연 현대백화점 판교점장(전무)은 “어반플랫닛은 매장보다 아이템 중심의 MD가 쇼핑 집중도를 높여준다는 걸 입증하고 있다”며 “소비자는 원스톱 쇼핑을 할 수 있고, 백화점은 MD를 탄력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판교점은 다양한 역발상 실험이 성공하면서 개점 100일(11월27일) 만에 매출이 21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최대 백화점인 신세계 부산 센텀시티점의 기록(1500억원)을 넘는 수치다. 이 기간 판교점을 다녀간 소비자는 1000만명, 구매자는 400만명이다. 이 중 20~30대 비중은 다른 점포보다 5%포인트 높은 42%로, 젊은 층을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본점이 고소득층 주거지역인 서울 압구정에 있어 중·장년층이 주요 소비자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이런 변화는 정지선 회장(사진)의 주문에 따른 것이다. 정 회장은 판교점이 문을 열기 전 임원회의에서 “고객들이 ‘쇼핑이 즐겁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재미있는 백화점을 만들어야 한다”며 “차별화된 젊은 콘텐츠로 판교점을 채우자”고 수시로 당부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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