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문제는 과잉규제를 양산하고 이에 순응케 할 목적으로 무턱대고 형사처벌 조항을 삽입하는 정치권의 과잉입법이 주된 원인이다. 행정규제 위반조차 형벌을 때리는 법률만도 760개다. 이들 법률에서 징역·벌금형에 처하는 조항이 약 8200개다. 규제 내용도 모호하고 포괄적이어서 실제로는 그 몇 배가 될 수도 있다. 얼마든지 범칙금 과징금 행정지도 등으로 제재가 가능한 위반행위조차 징역 아니면 벌금형이다. 예컨대 가로수 열매를 따면 절도죄, 허가 없이 주워가면 점유물 이탈 횡령죄라는 식이다. 운전미숙 등으로 도로 펜스를 망가뜨려도 형사처벌되는 게 한국이다. 그러다 보니 전체 기소자의 65%, 법원 1심 유죄판결의 70%가 행정규제 위반자라고 한다.
과잉범죄화의 폐해는 전과자 양산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정된 법집행 자원(검찰 경찰 법원)이 규제범죄에 쏠리면서 살인 강도 강간 방화 등 강력·흉악범죄와 재산범죄가 2000년대 들어 연평균 4.8%씩 증가하고 있는 게 그 결과다. 특히 강력·흉악범죄의 여성 피해자 비중은 1995년 30%에서 2013년 99%로 세 배 가량으로 급증했다고 한다. 과잉범죄화가 범죄 억지력은커녕 강력·흉악범죄를 늘리는 기회비용을 유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제 끝난 정기국회에서도 ‘시장’에서, 또는 민사로 해결할 수 있는 사적 영역까지 형사범죄로 처벌하겠다는 법률들이 쏟아졌다. 여야의 입법 뒷거래가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과잉입법의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선 해결할 수 없는 악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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