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일본시장 뚫는 '헬리녹스'의 힘

입력 2015-12-03 18:00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 김낙훈 기자 ] 허름한 공장들이 밀집한 인천 가좌동. 이곳에 있는 아웃도어용품업체 헬리녹스에 일본 몽벨의 다쓰노 다케시 부사장이 최근 또다시 찾아왔다. 창업자 다쓰노 이사무 사장의 아들이다.

오사카에 있는 몽벨은 일본 내에만 100개가 넘는 직영 점포를 두고 있는 세계적인 아웃도어업체다. 누구보다 바쁜 다케시 부사장이 이곳을 두 번씩이나 찾은 것은 헬리녹스 제품 중 텐트 의자 등의 일본 내 독점판매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수입을 늘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헬리녹스 제품처럼 애프터서비스 요청이 없는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칭찬했다.

헬리녹스는 고급 텐트폴 제조업체인 동아알루미늄(사장 라제건·61)이 설립한 회사다. 경량 텐트와 의자 등을 생산한다. 대표는 라 사장의 아들인 라영환 씨(31)가 맡고 있다. 동아알루미늄은 2011년 이 토종 브랜드를 선보인 뒤 2013년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켰다. 불과 2년 만에 연간 수출액이 1000만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일본에서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라 사장은 “지난 회계연도(2014년 7월~2015년 6월)의 대일(對日) 수출이 약 200만달러였는데 현재 확보한 오더만 500만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까다로운 시장이다. 국내 기업이 일본에서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헬리녹스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기술력이다. 동아알루미늄은 초경량 텐트폴인 ‘페더라이트’를 비롯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해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보잉 항공기 소재와 비슷한 수준의 경량 소재인 ‘TH72M’도 개발했다. 무려 300번이 넘는 실험 끝에 탄생한 것이다.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에 주력해 온 이 회사가 자체 브랜드를 선보인 것도 이런 기술력에 바탕을 둔 것이다.

둘째, 명품전략이다. 라 대표는 경량 텐트, 경량 의자 등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세세한 부분의 디자인까지 치밀하게 신경을 썼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최근 3년 동안 독일 레드닷어워드를 여섯 번이나 받았다. 최우수상을 차지한 적도 있다. 게다가 이 제품은 작고 가벼워 이런 취향을 가진 일본인들을 사로잡고 있다.

셋째, 현지 디자이너와의 협업이다. 헬리녹스 제품의 기본 구조에 일본 디자이너의 특징을 가미한 제품을 한정판으로 생산해 팔았다. 인기가 폭발했다. 일부 야외용 탁자는 소비자 가격이 12만원, 디자이너 한정판은 20만원대인데 단시간에 품절됐고 일본 옥션에선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대일 무역적자가 점차 줄고 있다. 2010년 361억달러에 달했던 대일 적자가 작년엔 215억달러로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200억달러 안팎에 이른다. 부품·소재·기계류 적자 때문이다.

헬리녹스 사례는 일본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들에 시사점을 던져준다.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명품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섟?각지에서 독일 일본 등 선진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중국 제품의 맹추격을 따돌려야 하는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까지 체결된 상황에서 고급화는 중소기업의 필수 전략이 돼야 한다. 가격 싸움에만 의존해선 FTA는 자칫 중소기업의 존립 기반을 뿌리째 뒤흔들 수도 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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