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유국 부도위험 급상승
[ 나수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산유국의 부도 위험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2008년 7월 고점에 비해 70%가량 떨어진 국제유가가 좀처럼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2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심리적 지지선인 배럴당 4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례회의에서 산유량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져 달러화가 강세를 띠는 것도 유가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부도 위험을 의미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최근 3개월간 61.4bp(1bp=0.01%포인트) 올라 이날 156.38bp를 기록했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국가가 부도 나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부도 확률이 높으면 오르고 낮으면 떨어진다.
바레인의 CDS 프리미엄은 같은 기간 40.9bp 치솟아 349.60bp에 달했고, 카타르와 아부다비 역시 같은 기간 각각 20.8bp와 19.7bp 올라 85.83bp와 84.71bp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국제유가가 좀처럼 반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유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4.9% 급락한 배럴당 39.94달러로 마감했다. WTI 가격이 종가 기준 30달러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8월26일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유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지만 OPEC이 감산을 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외신은 3일 OPEC 회원국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OPEC은 비(非)OPEC 원유생산국들이 원유 공급을 줄이지 않는 한 감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OPEC 국가들이 미국 셰일오일 업체에 맞서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산유량 동결 결정을 한다면 유가가 다시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1월 OPEC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감산에 합의하지 못했을 때 WTI 가격은 이틀 새 배럴당 74.67달러(26일)에서 68.38달러(28일)로 급락했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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