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윤선 기자 ] “어제 저녁 승진 사실을 전해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앞으로 소재까지 일류화시켜 배터리 독립을 이루겠습니다.”
4일 삼성그룹 임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김유미 삼성SDI 부사장(57·사진)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삼성그룹의 엔지니어 가운데 첫 여성 부사장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결혼도 하지 않고 30년 넘게 배터리만 연구한 그는 이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그래서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충남대 화학과를 졸업한 김 부사장은 1983년 대학원 2년차에 대덕연구단지 화학연구소 공채로 입사했다. 이후 표준연구소 전기화학실에서 일하다 1996년 삼성이 2차전지 사업을 시작할 때 ‘핵심인력’으로 스카우트됐다. 당시 “연구하던 제품이 시장에 나오는 걸 보고 싶었다”며 “일본이 주도하던 2차전지의 주도권을 가져와 삼성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게 만들겠다”는 당찬 다짐을 밝혔다고 한다.
1998년엔 세계 최고 용량인 1650㎃h 배터리를 개발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1400㎃h 제품이 주류였 ?때다. 이후에도 원통형, 각형, 폴리머형 등 각종 신제품 개발을 주도해 회사 배터리 사업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린다.
2차전지는 보통 스마트폰 등 완제품 업체의 요청에 따라 제작한다. 개발만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고객사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까다로운 고객사 승인 작업도 김 부사장이 도맡아 했다. 삼성SDI 임원 중 가장 비행기 탑승 기록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2005년엔 삼성SDI 창사 35년 만에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임원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주도권’과 ‘주인의식’이라는 두 단어를 항상 강조한다고 한다. “남이 시키기 전에 스스로 제안하고 일해야 재미있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다”는 생각에서다.
또 ‘대체자’ 없는 인재가 되라고 강조한다. 회사에서 자신을 대체할 사람이 없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치열하게 자기 계발을 하라는 주문이다.
김 부사장은 앞으로의 목표를 ‘소재 일류화’로 정했다. 2차전지는 세계 1위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안의 소재는 여전히 수입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회사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처음 삼성에 오자마자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회사에서 20여년간 2차전지를 미래수종사업으로 밀어줬기에 오늘날 세계 1등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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